제370장

서정희가 급히 병원으로 돌아왔을 때는 변선희가 이미 응급실로 옮겨진 후였다. 백선은 잿빛이 된 얼굴로 수술실 앞에 서 있었고 서정희는 방금 사 온 물건들을 아직 손에 들고 있었다. “아저씨, 왜 그러세요? 제가 나오기 전까지 엄마 상태도 괜찮았고 만둣국도 먹고 싶다고 했는데 왜 갑자기 응급실에 들어간 거예요?” 백선은 서정희가 바리바리 싸 들고 온 음식들을 보며 목이 멘 듯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선희가... 갑자기 병이 발작해 피가 멈추지 않았어.” 서정희는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을 의자 위에 올려놓고는 굳은살이 잔뜩 박인 까칠한 백선의 손을 잡았다. 항상 강인하고 남자답던 백선도 겁에 질려 온몸을 떨고 있는 모습에 서정희는 그를 다독이며 위로했다. “아저씨, 엄마 아무 일 없을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아저씨가 강하게 마음먹어야 엄마도 병을 이겨낼 수 있어요.” 백선은 공포가 가득 찬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번에는 좀 달라. 너는 선희가 얼마나 피투성이였는지 못 봐서 그래. 어쩌면 다시 눈을 뜨지 못할 수도 있어.” 의대를 다녀 병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던 서정희는 그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 “제가 병실을 나온 후에 어머니가 다른 사람을 만났나요? 좀 이상해요. 분명 처음에 발견했을 때는 말기도 아니었고 그동안 병원에서 계속 몸조리도 하고 있었어요. 물론 병이니까 점차 악화하기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이렇게 될 수가 있어요?” “정희야, 그게 무슨 말이야?” 백선의 마음이 어느 정도 가라앉은 것을 보자 서정희는 그의 손을 놓고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저씨, 반년 전에 저희 아빠가 병원에서 몸조리했을 때 건강이 많이 좋아지고 여러모로 안정되었어요. 그런데 간병인 아주머니가 아침을 사러 갔다가 오니 이미 응급실에 실려 가 있었어요. 비록 목숨은 건졌지만 이미 식물인간이 됐죠.” 서정희는 잠시 멈칫하더니 계속 말을 이었다. “처음에는 저도 아저씨처럼 아빠 병이 악화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