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6장

염정훈은 이를 악물고 한 단어씩 내뱉었다. “옛 감정? 왜? 그 자식 하고도 정이 있어서 그런다고 그러지?” 그의 까만 눈동자에는 분노가 치솟고 있었다. 서정희는 어이가 없었다. “당신과 백지연만 죽마고우, 소꿉친구이고 나는 왜? 그러면 안 돼? 당신에게 말하지 않은 이유는 별로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어. 그저 어린 시절 함께 했던 친구일 뿐이야. 다들 당신처럼 머릿속에 더러운 생각만 하는 것 같아?” “하...” 염정훈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더러워?” 그의 비꼬는 듯한 말투에 서정희는 더욱 신경이 거슬렸다. 이왕 입을 뗀 이상 그녀도 더 이상 물러서려 하지 않았고 고개를 더욱 빳빳이 쳐들며 말했다. “내 말이 틀려? 당신은 결혼 중에 바람을 피우고 아이까지 낳았어. 당신 같은 사람이 안 더러우면 이 세상에 더러운 사람이 없겠네.” 염정훈은 화가 난 얼굴로 가슴을 치며 말했다. “서정희! 그 자식이 누구인지 알기나 해?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 “걔가 할 수 있는 게 뭔데?” 서정희는 순간 어제 정원정과 통화가 되지 않던 게 생각이 났다. 또 염정훈에게도 일이 생긴 거로 봐서는 혹시 정원정도 연루된 건 아닌지라는 의심이 들었다. 염정훈은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가리키며 말했다. “배에서 너는 온갖 방법으로 나더러 걔를 놓아주라고 했어. 그래, 너에게 상처 주고 싶지 않아서 나도 그냥 놔줬어. 그런데 걔가 어떻게 했는데? 바로 고개를 돌려 나에게 총을 쐈어.” 서정희의 흔들리는 동공을 눈치챈 염정훈은 계속 말을 이었다. “내가 왜 살아있는지 묻고 싶은 거야? 방탄복을 입고 있었으니까. 그걸 입지 않았더라면 이미 차가운 송장으로 누워있겠지. 다행히 그 총이 내 심장을 겨눴으니 지금 이 정도이지 만약 내 머리를 쐈더라면 죽지는 않았어도 식물인간은 되지 않았을까?” 서정희는 정원정의 부드러운 미소를 떠올리며 혼자 중얼거렸다. “설마...” “네 눈에 그 깨끗한 소년이 네가 어디에 숨었는지 아무도 찾지 못하는데 유독 걔만 너의 행방을 찾았어. 걔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