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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9장

백지연은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바로 상대방의 생각을 파악하고 말했다. “무슨 말이야? 당신 나와 손을 잡겠다고 하지 않았어?” “손을 잡아?” 그 사람은 피식 웃었다. “당신에게 자격은 있고?” 심한 공포가 온몸을 감쌌다. 백지연의 안색은 점점 더 안 좋아졌고 그녀는 혼자 중얼거렸다. “너희들, 내가 누군지 알기나 해? 내 남편은 염정훈이야. 감히 나를 건드리면 내 남편이 너희들을 가만 놔두지 않을 거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 사람의 발이 백지연의 허리를 짓밟았다. 백지연은 어릴 때부터 서정희에게 한 번 맞은 것 외에 그 누구에게도 이런 굴욕을 당한 적이 없다. “경고하는데 나를 건드리려면 네 목숨이 몇 개인지 가늠해 보고... 악!”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녀의 허리를 짓밟은 발은 더욱 힘을 가했고 백지연은 너무 아파 그 자리에서 고통을 호소했다. “당신 목숨이나 몇 개인지 먼저 가늠해 보고 나대, 당신에게 충분히 자격이 있는지부터 보라고! 이런 부분에서 당신은 서정희보다 못해. 서정희 좀 봐, 나를 건드리지도 않고 얌전히 잘 있잖아.” 백지연은 그제야 서정희도 자기와 같은 처지에 놓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당신의 목적이 서정희 한 사람이 아니라 우리였어?” “당연하지.” 상대방의 목소리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이 사람은 염정훈을 좋아하기 때문에 백지연과 서정희를 원망하거나 아니면 염정훈과 원수를 졌기에 이 틈을 타 염정훈을 협박하려 하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그 어떤 이유든 백지연이 살아서 이곳을 나가기 어려울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한 백지연은 갑자기 공포에 질렸고 조금 전의 오만방자한 기세를 꺾고 애원했다. “제발 살려주세요. 정말 죽고 싶지 않아요! 저에게는 아이가 둘이나 있어요. 저는 절대 죽으면 안 돼요.” 그리고 바로 태도를 바꿔 말을 이었다. “죽이려면 서정희만 죽여요. 저 사람은 염정훈의 전 부인이자 그 사람이 제일 사랑하는 여자예요.” ‘제일 사랑하는 여자’라는 단어는 한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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