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81장

서정희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모레 괜찮을 것 같아... 하지만 정훈 씨가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해.” “왜?” 서정희는 입을 악물고 말했다. “치근덕거리는 환자가 있어.” 염정훈이 눈썹을 찡그렸다. “남자야?” 서정희는 마음이 찔린 듯 눈빛을 다른 쪽으로 돌렸다. “내가 수술을 한두 번 한 것도 아니잖아. 남자 환자, 여자 환자 다 있지.” 염정훈은 몸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하지만 그 남자는 너에게는 달라.” “응, 웬만한 환자보다 어려워서 기억에 많이 남아.” “정희야, 너 도대체 몇 명의 마음을 건드린 거야?” 염정훈은 그 남자가 쉽지 않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서정희가 이렇게 꺼림칙해 보일 리가 없었다. 서정희는 그의 품에 안기며 말했다. “나에게 다른 사람은 없어. 오직 정훈 씨뿐이야.” 이날 밤, 그녀는 부씨 저택에 돌아가지 않았다. 염정훈과 신혼 같은 뜨거운 밤을 즐겼다. 과거 두 사람이 결혼했을 당시 염정훈은 그녀를 사랑했지만 너무 순수한 그 감정은 마치 얇은 종이처럼 어떠한 비바람에도 견디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비바람을 견뎌냈고 질적인 비약과 변화를 겪으며 잠자리도 점점 더 잘 맞았다. 예전의 서정희는 너무 순종적이었다. 침대에서는 염정훈이 거의 주도했다. 이제 그녀에게 자신감도 생겼고 원하는 것은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다 보니 염정훈에게 정서적 가치와 황홀함을 안겨줬다. 날이 밝았지만 서정희는 아직 잠들어 있었다. 염정훈은 지친 듯한 그녀의 얼굴을 보고 깨우지 않았다. 그저 볼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침대에서 내려와 씻고 부엌으로 가서 죽을 끓였다. 고구마를 오븐에 넣고 나서야 별장을 떠났다. 푹 잔 서정희는 게슴츠레한 눈을 비비고 일어났다. 차갑게 식어버린 침대 옆을 만진 후 이 사람이 떠난 지 오래되었음을 짐작했다. 오늘은 햇살이 아주 좋아서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A시를 뒤덮은 며칠 동안의 폭설도 많이 녹았다. 요 며칠은 좋은 날씨가 연속되었다. 가운을 입고 천천히 계단을 내려가자 코끝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