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2장

소년의 품은 건장한 청년의 품보다 단단함이 부족했다. 서정희는 염정훈의 집요한 소유욕을 알기에 균형을 찾자마자 정원정의 품에서 벗어나 일정하게 거리를 두었다. “고마워. 밖이 춥네. 우리 들어가자.” 서정희와 정원정은 레스토랑에 들어왔다. 방금 전에 염정훈이 서 있던 곳에는 이미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정원정은 음식을 가지러 갔고, 서정희는 자리를 찾아 앉았다. 이때 양윤범이 술 한 잔을 손에 들고 서정희의 맞은편에 신사답게 앉았다. 누가 봐도 동문 사이에 안부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서정희가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 “조사해냈어?” “응. 배 타기 전에 나한테 보내온 거라 미처 너한테 알리지 못했어. 우리 예상이 맞았어. 누군가가 너의 건강검진 보고서를 바꿔놨어. 고개를 한껏 숙였지만 사진이 몇 장 찍혔어. 네가 아는 사람인지 한 번 봐봐.” 양윤범은 보정을 거친 사진을 서정희에게 보여 주었다. 변두리가 모호하지만 대체적인 윤곽은 보였다. “이 사람......” “아는 사람이야?” 낯선 얼굴이었다. 다만 기억력이 타고난 서정희는 어딘가에서 만났던 기억이 떠올랐다. 어디서 봤지? “왜? 뭐가 떠올랐어?” 양윤범은 낮은 소리로 물었다. 서정희의 머릿속에 문득 봉원 정신 병원이 스쳐 지나갔다. 서정희가 제인을 문병하러 갔을 때, 마침 제인이 갑자기 병이 발작하여 경호원 몇 명이 와서 제압하고, 한 남성이 진정제를 놓았다. 바로 그 남자였다. “나......” 서정희는 입을 열었다가 다른 사람들이 들을까 봐 다시 입을 닫았다. “이거 나한테 큰 도움이 됐어. 부탁이 있는데, 좀 더 조사해 줄 수 없어? 나 지금 누군가에게 감시당하고 있는 거 같아.” 서정희가 직접 움직이면 상대방이 알아차릴 수 있으나, 양윤범이라면 누구도 의심치 않을 것이다. 양윤범은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 서정희의 뜻을 바로 알아챘다. 그는 더 이상 머물지 않고 얼굴에 미소를 지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희야, 나중에 연락 자주 해.” “그래.” 양윤범을 보내고 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