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장
지연정은 지수현의 얼굴에서 분노하거나 질투하는 듯한 기색을 보고 싶었지만 실망스럽게도 그런 기색을 보지 못했다. 지수현은 시종일관 차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을 뿐 조금도 동요하는 기색이 없었다.
그녀가 코웃음치면서 경멸스러운 표정으로 지수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는 네가 마음이 넓은 척하면 정운 오빠가 너를 사랑하게 될 거라고 생각해? 꿈도 참 야무져!"
지수현은 침착한 표정으로 천천히 말했다.
"지연정, 너는 참 불쌍하구나."
"뭐?"
지연정은 너무 화가 나서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눈동자를 파르르 떨었다.
‘지수현이 감히 내게 불쌍하다고 말해?’
"그렇지 않아? 네 모든 화제는 허정운에 관한 거잖아? 마치 허정운을 제외하면 네 인생은 조금의 의미도 없는 것처럼 말이야."
지수현은 지금의 지연정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자기도 지난 삼 년 동안 다른 사람들의 눈에 이런 불쌍하고도 서러운 모습으로 보이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지수현, 너야말로 불쌍해. 우리 부모님이 비록 너를 지씨 가문으로 데려왔으나 지씨 가문의 그 누구도 너를 신경 써주지 않잖아. 심지어 네 남편조차도 너를 좋아하지 않으니 너야말로 불쌍한 년이야!"
지수현은 그저 웃어버렸다. 그녀는 예전에 지씨 가문과 허정운으로부터 조금의 사랑이라도 받으려고 애를 썼지만 지금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직 저 스스로 자기를 사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 남에게서 사랑을 받으려는 망상은 자기 자신을 자괴감에 빠뜨릴 뿐이야.’
"그냥 네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해. 만약 네가 허정운이 나랑 이혼하게 설득할 수만 있다면, 내가 어쩌면 네게 고마워할지도 몰라!”
말을 마친 지수현이 몸을 돌려 자리를 뜨더니 모퉁이에 이르렀을 때,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키가 큰 허정운이 시선을 내리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칠흑 같은 두 눈동자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감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허정운은 줄곧 그녀가 이혼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매우 싫어했기에 지수현은 그만 가슴이 철렁했다.
그녀가 허정운이 화를 낼 것이라고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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