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26화
유진은 몇 걸음 더 다가가 남자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술 마신 거예요?”
은정은 눈을 천천히 떴다. 목소리는 낮고 거칠게 갈라져 있었다.
“유진아.”
유진은 얼굴을 굳히며 반쯤 무릎을 꿇고 앉았다.
“대체 왜 이렇게 술을 많이 마셨어요?”
은정의 짙고 어두운 눈동자가 곧장 유진을 바라보았고, 그 시선에 유진의 마음이 한없이 흔들렸다.
유진은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여전히 거칠고 무심한 얼굴로 말했다.
“너 볼 수 있다면, 죽어도 괜찮아.”
그 말에 유진의 눈가에 눈물이 갑자기 맺혔으나, 눈이 붉게 물든 채로 말했다.
“그럼 안심해요. 죽어도 나는 쳐다도 안 볼 거니까요.”
그러고는 벌떡 일어나 돌아서려 했지만 유진의 손목이 갑자기 꽉 붙잡혔다. 힘이 세서 도무지 빠져나갈 수 없었다.
유진은 차갑게 고개를 돌려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놓으세요.”
그러자 은정은 갑자기 목소리를 낮췄다.
“나 열 나는 거 같지 않아? 만져봐.”
유진은 순간 당황했다. 은정은 머리를 쿠션에 기댄 채, 유진의 손을 잡아 자기 이마 위에 올렸다.
뜨겁게 달아오른 열기에 유진의 얼굴빛이 달라졌다. 그녀는 손바닥 전체를 이마에 붙이며 다시 확인했다. 정말 점점 더 뜨거웠다.
“아픈 거예요?”
유진이 놀란 목소리로 묻자, 은정은 유진의 얼굴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런 것 같아.”
“어디가 더 아파요?”
유진이 걱정스레 물었다.
“머리가 아파. 그리고...”
은정은 유진의 손을 내려 가슴팍 위에 얹었다.
“여기도 많이 아파.”
셔츠 너머로 느껴지는 단단한 근육과 거친 심장 박동. 쿵, 쿵, 쿵, 그 격한 두근거림이 고스란히 유진의 손바닥에 전해졌다.
유진은 놀라 손을 황급히 빼며, 입술을 꾹 다물었다.
“구은정.”
은정은 깊게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 이름 그렇게 불러주는 거, 제일 좋아.”
속으로는 바랐다. 언젠가 유진이 다시 자신을 사장님이라 부르는 날이 오기를.
유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저 일어서서 단호하게 몸을 돌렸다. 그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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