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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22화

여진구는 순간 굳어버렸다. 그저 멍한 눈으로 임유진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유진의 표정은 더욱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내 무슨 일을 엄마한테 말했다는 거예요?” 진구는 다시 한번 조심스럽게 떠봤다. “서인, 너 정말 모르는 사람이야?” 유진은 곰곰이 생각하는 듯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이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네, 모르는 사람이에요.” 그 대답에 진구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그러나, 곧 침착한 미소를 지으며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아, 내가 착각했네. 내 친구인데, 네가 본 적 없는 사람이야.” 그러나 유진은 여전히 의문스러운 표정이었고, 그녀는 다시 진구를 추궁했다. “그런데 아까는 나와 그 사람 얘기를 엄마한테 말했다고 하지 않았어요? 도대체 무슨 일이었는데요?” 이에 진구는 빠르게 머리를 굴려, 급히 변명을 지어냈다. “아, 그게 그 친구가 우리 회사에 들어오고 싶다고 해서 말이야. 네가 좀 가르쳐 줄 수 있을까 해서 이모께 한번 여쭤봤던 거지.” “아직 너한테 얘기하기도 전에 그냥 조언을 구한 거야.” 유진은 그제야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런 거였어요? 일하는 문제인데 우리 엄마한테 왜 물어보려고 했어요? 선배 친구라면 괜찮아요. 내가 가르쳐 줄 수 있어요.” 진구는 유진의 얼굴에서 조금의 위화감도 찾을 수 없었다. 유진은 정말로 서인이라는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녀의 표정은 철저하게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의 얼굴이었다. 진구는 마음속에서 수많은 의문이 밀려왔지만, 그것을 감히 입 밖에 내지 못했다. 결국, 그는 별말 없이 다 깎은 사과를 유진에게 건네주며 화제를 돌렸다. 진구는 이 사실을 우정숙에게 알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자신조차도 이 일이 어떻게 된 건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틀 후 임씨 집안 사람들은 그제야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되었다. 그날 아침, 구은태가 오랜만에 유진을 병문안 가고 싶다고 했다. 이제 유진의 상태가 많이 좋아졌으니 병원에서 그녀를 만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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