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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01화

공기마저 멈춰버린 듯한 순간이었다. ... 임유진은 어떻게 집에 돌아왔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웠지만, 얼굴이 여전히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마치 잘 익은 사과처럼. 이리저리 뒤척이며 좀처럼 잠이 오지 않자, 결국 유진은 밖으로 나가 바람을 쐬기로 했다. 테라스로 나가 보니, 밤하늘은 흐린 구름으로 가득 차 있었고, 달빛조차 비치지 않았다. 별 하나 없이 검게 가라앉은 하늘.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그녀의 마음도 복잡하게 뒤엉켰다. 어디론가 뛰쳐나가고 싶기도 했고, 알 수 없는 설렘에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했다. 그녀는 무심코 휴대폰을 꺼내, 익명으로 SNS 고민 상담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남자가 여자에게 반응하는 건, 그 여자를 좋아해서일까요?] 잠시 후,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죠. 남자는 좋아하는 여자에게만 반응한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남자인데, 확실하게 말씀드릴게요. 여자가 충분히 매력적이면 다 반응해요.] [윗댓 의견 반대요. 그럼 동물과 다를 게 뭐예요?] [애초에 인간도 동물이잖아요.] ... 유진은 계속해서 새로 고치며 댓글 하나하나를 정성스럽게 읽었다. 어떤 댓글을 보면 마음이 설레다가도, 또 어떤 댓글을 보면 불안해졌다. 혼란스러움과 기대감이 엇갈려 마음이 쉴 새 없이 출렁였다. 그때, 갑자기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도 안 자고 여기서 뭐 해?” 임유민이었다. 유진은 화들짝 놀라 손에 들고 있던 휴대폰 화면을 급히 껐다. 그러고는 서둘러 휴대폰을 뒤로 감추며 더듬거렸다. “아, 아냐! 아무것도 안 했어!” 유민은 그녀를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뭐야, 뭔가 나쁜 짓이라도 한 거야?” 유진은 얼굴이 뜨거워지며 발끈했다. “꼬맹이는 신경 꺼!” 그러자 유민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부모님 출장 가시면서 누나 나한테 맡기고 가셨거든? 그러니까 누나 문제는 내 문제지. 뭔 일 있으면 나한테 말해. 조언해 줄 수도 있으니까.” 유진은 반박하려다가, 자기보다 한 뼘은 더 큰 동생을 바라보며 체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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