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63화
오븐 속 닭 날개는 이미 다 구워졌고, 끓던 국도 식어버렸다. 밖에서는 다시 비가 내리는지, 부슬부슬한 빗소리가 고요한 분위기를 더욱 차분하게 만들고 있었다.
강시언은 몸을 약간 일으켜 그녀의 옷을 입혀주며 낮고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뒷정리할 테니, 너는 가서 샤워해. 씻고 나오면 바로 식사할 수 있을 거야.”
강아심은 나른하게 눈을 가늘게 뜨며 움직이지 않고 대꾸했다.
“내가 샤워 끝낼 때쯤 당신이 음식을 다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해요?”
“딱 두 가지 요리랑 국 하나야. 충분하겠어?”
시언이 묻자, 아심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점심에 외할아버지가 보내주신 음식이 많이 남아서, 그거 데워서 먹으면 돼요. 음식은 낭비하면 안 되니까.”
“그래.”
시언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는 아심을 조리대에서 내려주었지만, 아심은 그의 단단한 허리를 감싸 안고 움직이지 않았다.
붉게 물든 눈가로,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 못 걸을 것 같아요.”
이에 시언은 낮게 웃으며 아심을 다시 들어 올려 주방에서 주방의 욕실로 데려갔다.
...
두 사람이 저녁 식사를 마쳤을 때는 이미 밤 10시가 되었다. 시언이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아심은 발코니에 앉아 있었다.
얇은 잠옷 차림의 그녀는 헝클어진 긴 머리를 어깨에 흘러내린 채 앉아 있었다.
밖에서 스며드는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아심의 머리카락을 살며시 흩날렸고, 하얗고 가녀린 어깨가 머리카락 사이로 드문드문 드러났다.
아심은 비를 바라보며 무언가 깊이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어두운 조명이 그녀의 부드럽고 가냘픈 라인을 더 강조했고, 그녀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쓸쓸하고 고독한 느낌을 주었다.
시언은 그녀에게 다가가 같은 자세로 바닥에 앉았다.
“야근은 좋은 핑계겠지만, 도도희 아주머니랑 도경수 할아버지가 모를 리 없지. 너, 집에 가기 싫은 거잖아.”
아심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시언의 깊고 투명한 눈빛은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했다. 이에 아심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그 말이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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