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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57화

아심은 면을 먹으며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 “할아버지는 이 집에 안 사시나?” 그러자 승현의 얼굴에서 웃음이 살짝 사라졌다. “할아버지랑 할머니는 거의 20년 동안 따로 살고 있어.” 그 말에 아심은 깜짝 놀랐다. 그러나 승현은 고개를 숙이며 담담하게 말했다. “20년 전, 할아버지가 비서랑 사랑에 빠졌고, 그 여자를 아내로 맞으려고 했어.” “원래는 할머니랑 이혼하려고 했는데, 내가 할머니를 붙잡고 안 놔줘서 결국 이혼을 못 했지.” 아심은 찡그리며 물었다. “그때 몇 살이었는데?” “한 여섯, 일곱 살쯤 됐을 거야.” 승현이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어릴 때 부모님이 늘 바빠서 나는 할머니 손에서 자랐거든. 그래서 할머니랑 더 정이 깊었어.” “그때 난 아직 열 살도 안 됐는데, 왠지 많은 걸 알고 있었던 것 같아. 할아버지랑 할머니가 이혼하면 할머니가 힘들 거라는 걸 알았거든.” “그래서 어떻게든 막았지. 다행히도 할아버지가 나를 아끼는 마음이 있어서 결국 이혼하지 않으셨어.” “하지만 할머니는 이곳으로 이사 오셨고, 할아버지는 그 여자를 집으로 데려와서 벌써 20년 가까이 같이 살고 있어.” “사람들이 그 여자를 할머니로 착각할 정도로 말이야.” “그때는 정말 할아버지가 미웠고, 그 여자는 용서할 수 없었어. 그래서 그 여자랑 자주 부딪쳤지.” “그럴 때마다 아버지가 나를 때렸고, 맞고 나면 난 할머니 집으로 돌아왔어.” 아심은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그래서 아까 할머니가 승현의 얼굴에 난 상처를 보고 또 네 아버지가 때렸니? 라고 물었던 거구나.’ 아심은 이상하게 생각했다. “근데 너희 아버지는 어떻게 그걸 받아들일 수 있었던 거야? 할머니는 네 아버지 친엄마 아닌가?” 승현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할아버지에게는 두 아들이 있는데, 우리 아버지가 장남이야. 할아버지는 아버지가 반대할까 봐, 나중에 회사 지분을 10% 더 주겠다고 약속했어.” “그래서 아버지는 할아버지가 그 여자랑 살도록 허락했고, 할아버지를 기쁘게 하려고 할머니를 거의 찾아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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