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화
그 말을 듣자 동월은 고개를 살짝 들었고, 눈에는 의기양양한 기색이 스쳤다.
희진은 아무 말 없이 동월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그 옷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동월이 야심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만 그녀가 정확히 어떤 위치에 오르고 싶어 하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언젠가 이들이 내분을 일으키는 것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희진은 조금 기대가 되었다.
“아악!”
갑자기 정적을 깨는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동월은 황급히 옷을 벗어 마치 사악한 기운을 피하듯 땅바닥에 내던졌다.
“무슨 일이냐?”
희진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황급히 다가갔다.
동월의 평평하고 매끄러웠던 얼굴에 순식간에 붉은 발진이 돋아났고, 손으로 긁자 온통 붉은색으로 변했다.
“이 옷에 누가 손을 댔어!”
동월은 초조해하며 말했다.
온몸이 가려워 참을 수 없어 계속 긁어댔고, 손톱이 닿는 곳마다 붉은 두드러기가 가득해 끔찍한 모습이었다.
“더 이상 긁지 말어라, 내가 어의 권 씨를 불러오마.”
희진은 동월을 불렀다.
“빨리 좀 해!”
동월은 발을 동동 구르며 다급하게 말했다.
“오늘 제가 얼굴을 망치면 정승께서 절대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
희진의 눈빛이 순간 번뜩였다.
강원주의 바로 옆 몸종이면서, 위급한 상황에 자신의 주인이 아닌 다른 사람을 방패막이로 내세우다니.
참으로 기이한 일이다.
“뭘 멍하니 서 있는 게야? 너 살기 싫으냐?”
동월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눈을 크게 뜨고 희진을 노려보았다.
온몸의 붉은 발진은 더욱 심해져 피부 곳곳에 빽빽하게 퍼졌다.
얼굴에 증오심이 스쳐 지나갔지만, 희진은 아무렇지 않은 척 감정을 숨겼고, 뒤돌아섰을 때는 이미 평온한 모습이었다.
만약 그녀가 신중하게 행동하지 않고 위기를 모면하지 못했다면, 지금 이 꼴이 난 것은 그녀였을 것이다.
궁녀에게 어의 권 씨를 불러오라고 지시하고, 희진은 초월을 데리고 계단을 내려갔다.
“폐하를 모셔 오너라. 내 독에 당해 지금 위독하니, 폐하께 와서 굽어살펴달라고 여쭈어라.”
그녀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