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2화
강원주는 곁눈질로 강희진을 훑어보며, 눈빛에는 경멸이 가득했다.
“네가 그리 재주가 비상하다 하더니, 내게는 무슨 도움을 청할지 자못 궁금하구나.”
희진은 강원주가 선우진의 총애를 받는 것을 못마땅히 여기는 줄을 아는지라, 몸을 숙여 겸손한 기색을 보이며 아뢰었다.
“지금 제가 이 깊은 궁궐에서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큰언니의 보살핌 덕분이라, 말씀 참으로 과하시옵니다.”
“흥.”
강원주는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그런 입에 발린 소리는 필요 없다. 최대한 빨리 나를 위해 자식을 낳아라. 그래야 내가 안심할 수 있느니라.”
강희진이 명광궁에 하루라도 있는 한, 그녀는 하루도 편히 지낼 수 없었다.
어제 어화원에 산책을 나갔다가 다른 궁의 궁녀들에게 들킬 뻔했던 일을 떠올리니, 강원주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런 생활은 정말이지 지긋지긋했다.
“정승님과 큰언니의 당부를 저는 항상 심중에 새기고 있습니다.”
강희진의 목소리는 온화하고 차분하여, 강원주가 자신에게 품은 적의를 눈치채지 못한 듯하였다.
“그날 모친께서 벌을 받으신 후, 소첩은 항상 심려하였사옵니다. 이번에 큰언니께서 댁에 가시거든, 제 모친의 안부를 살펴봐 주시고 돌아와 소첩에게 말씀해 주시옵소서. 그리하시면 소첩도 마음을 놓을 수 있을 것이옵니다.”
강씨 집안은 모친이 그녀의 심중에 얼마나 중한지 잘 알고 있었기에, 그녀의 약점을 잡았다고 헤아리고 안심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녀는 그들의 뜻대로 해주리라.
그녀가 모친을 걱정하는 기색을 보일수록, 그들은 더욱 안심할 것이었다.
교만한 병사는 반드시 패배하는 법.
강희진은 문득 한 번도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았던 자의 손에 떨어지면, 정승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몹시 궁금해졌다.
“무슨 대단한 일인가 하였더니.”
강원주는 낮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말속에 경멸을 담았다.
“지난번 네 어미가 벌을 받은 것은 네가 내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이니라. 그렇지 않았다면 네 어미는 정승댁에서 편안하게 지냈을 것이고, 무슨 일이 일어났겠느냐?”
“알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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