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화
“말씀드리자면, 영친왕 전하께서는 아직까지 혼인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폐하께서 전하를 위해 명문가의 규수를 물색해 주시면, 영친왕 댁도 좀 더 활기차지 않을까요? 폐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강희진이 선우진의 가슴에 살짝 기대며 복숭아꽃 같은 눈으로 유혹하듯 바라보았다. 선우진이 고개를 숙이자, 품 안의 미인이 순진하게 눈을 깜빡이며 애교를 부렸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 속 교활함은 숨기려 해도 뚜렷했고, 선우진은 이를 한눈에 꿰뚫어 보았다. 이토록 생기발랄한 강희진의 모습은 마치 들판의 흰 토끼처럼 겉으론 순해 보이지만 어느 순간 물어뜯을 수 있는 존재 같았다.
“화비가 짐에게 상기시켜 주었구나.”
선우진이 잠시 말을 멈추자 방 안에 또 다른 사람이 있음을 떠올렸다.
영친왕 선우영이 문득 거슬리는 존재로 여겨졌다.
“너도 나이 들어 첩실 하나 없는 건 체면이 아니지. 오늘이 좋은 날이니 짐이 직접 혼처를 정해주마.”
강희진이 방금 전 보였던 눈치 빠른 표정이 떠올라 선우진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사양하겠습니다, 폐하.”
선우영이 급히 고개를 저었다.
“신의 마음이 아직 정해지지 않아 타인을 망칠 순 없사옵니다. 오늘은 황제 폐하와 상의할 급무가 있어서 왔사오니, 자리를 옮겨 이야기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선우진이 이 일에 집착할까 봐 재빨리 몸을 일으켜 안쪽 방으로 사라졌다.
“폐하께선 급한 정무가 계시니, 소첩 잠시 물러나겠사옵니다.”
강희진이 팔짱을 풀려는 순간, 선우진이 다시 그녀의 허리를 잡아당겼다.
“허둥대며 오가는 게 피곤하지 않느냐?”
저음 속에 웃음기가 묻어나는 목소리였다.
“하지만...”
“나랏일 기밀도 아닌 것을.”
말끝을 채 마치기 전에 강희진은 서재 안으로 끌려 들어갔다. 문이 닫히자 방 안엔 황제 형제와 그녀만이 남았다.
후궁의 정사 간여는 금기임을 알면서도, 강희진은 선우진의 의도를 짐작할 수 없었다. 가슴을 졸이며 황제 곁 자리에 조용히 앉았다.
“추석이 열흘 남았는데, 황형은 이번 추렵을 어찌 장식할 생각이시오?”
선우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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