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화
숙빈은 콧방귀를 뀌며 조소를 감추지 않았다.
“강 정승도 딸이 제법 곱상하니 궁에 들이면 제 출세길이 트일 거라 여긴 것이겠지요. 하나는 딸을 팔아 영달을 꾀하고 하나는 몸을 담보 삼아 사내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드니, 대장군께서 말씀하신 대로 천박하기 그지없는 무리입니다. 저런 것들이 어찌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겠습니까. 마마께서는 저들과 다투실 가치조차 없습니다.”
청심은 오랜 세월 숙빈을 모신 터라 주인의 성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간단한 몇 마디로도 숙빈의 화를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
이내 숙빈이 손짓하자 시녀들이 흩어진 도자기 파편을 거두고 조용히 물러났다.
“강원주는 내가 거들떠볼 가치도 없는 사람이야. 하지만 폐하께서 어찌하여 저런 천박한 여인에게 눈길을 주시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구나.”
숙빈은 눈썹을 찌푸리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내가 알던 폐하는 원래 그런 분이 아니셨는데.”
생각할수록 분한 마음이 치밀었다. 숙빈은 이를 악물며 강희진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폐하께서는 화비의 몸을 탐하실 뿐입니다. 지금 한창 재미가 나셨겠지만 저잣거리의 기생도 두어 번 찾다 보면 싫증이 나는 법이지요. 마마께서는 다릅니다. 마마께서는 귀한 가문의 혈통이십니다. 영감과 대장군께서 폐하를 위해 공을 세우셨으니 폐하께서도 마마를 아끼지 않을 수 없겠지요. 그러니 함부로 건드릴 수도 없으신 겁니다.”
청심은 조심스럽게 식은 차를 숙빈 앞으로 내밀었다. 그제야 숙빈의 얼굴에도 약간의 여유가 감돌았다.
“그러니 마마께서는 노여워하실 것 없습니다. 잠깐 반짝하는 요망한 여우일 뿐이니 마마께서는 몸을 돌보시며 가만히 기다리시면 됩니다. 폐하께서는 머지않아 다시 마마를 찾으실 것입니다.”
청심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부드럽게 달래었다.
“기다리라고? 언제까지 기다리란 말이냐?”
숙빈은 가늘게 눈을 뜨며 본래 우아하던 얼굴에 싸늘한 기색을 띠었다.
“곧 하례를 마치고 대장군께서 궁으로 돌아오실 테지요. 그때를 놓쳐서야 안 됩니다.”
그녀는 청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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