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화
“하루 종일 불쌍한 척은 해서 대체 누구한테 보여주려는 거냐? 당장 꺼져라. 눈앞에서 사라지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
강희진 때문에 벌을 받은 것을 떠올리자 강원주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치밀어 올랐다.
강희진은 가볍게 허리를 숙이고 재빨리 병풍 너머로 물러났다.
귓가에선 도자기들이 파편을 이리저리 튕기며 깨지는 청아한 소리가 들려왔다.
거친 욕설이 섞인 강원주의 목소리는 점점 멀어졌다.
뒤채로 돌아온 강희진은 곧장 동쪽의 작은 문으로 돌아 하인들의 처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전생에서 초월은 선우진의 신임을 얻고 조정의 남관들과 맞서 싸우며 유일한 여성 관직에 올랐다. 단순한 학식만으로 그 자리에 오른 것이 아닐 터, 뛰어난 지략과 대담한 결단력까지 갖춘 사람이었다.
만약 그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강씨 가문을 무너뜨리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강희진은 초월과 단 한 번도 교류한 적이 없었다. 그러니 그녀가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조차 알지 못했다.
걸음을 옮기면서도 강희진의 마음은 불안하게 요동쳤다.
“희진 아가씨?”
초월은 다소 의아한 얼굴로 그녀를 맞이했다.
“화비마마께서 귀걸이 한쪽을 잃어버리셨습니다. 정승 부인이 직접 내린 귀한 물건이라 찾으라고 명을 내리셨죠. 그런데 마침 어제 초월이 네가 곁에서 모셨다 하여 직접 찾아왔습니다. 잠시 폐를 끼치겠습니다.”
시간이 촉박했다. 오래 머물 여유가 없었다. 말을 마치자마자 강희진은 몸을 비켜 초월의 방 안으로 들어섰다.
작은 방은 소박하면서도 깔끔했다.
단출한 침상과 작은 탁자 하나가 놓여있었는데 탁자 위에는 옅은 푸른빛을 띠는 도자기 병이 놓여 있었고 방 안에는 은은한 계화꽃 향이 가득했다.
“저 병은 제가 상의원에서 일할 때 거기 계시던 큰어머니께서 주신 거예요. 계화꽃은 길을 가다 우연히 주운 것인데 이렇게까지 활짝 필 줄은 몰랐네요. 덕분에 괜한 죄책감은 덜었어요. 괜히 나무에서 꺾어왔더라면 미안했을 텐데.”
초월은 강희진이 그 병을 바라보는 것을 눈치채고는 가볍게 웃으며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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