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화
선우진은 눈으로는 상소문을 읽고 있었지만 마음은 어느 순간부터 흐트러져 있었다.
쉭!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서자 곁에서 시중을 들고 있던 정허운이 흠칫 놀랐다.
“폐하...”
“짐이 피곤하구나!”
정허운은 밖으로 슬쩍 시선을 돌렸다. 평소라면 이 시각에 폐하가 어서전을 떠나는 일은 없었다.
한편, 강희진은 바깥에서 꼿꼿이 서 있었다. 며칠째 제대로 된 식사도 하지 못해 몸이 거의 쓰러질 지경이었다.
그때, 끼익하며 어서전의 문이 열렸다.
강희진은 순간 정신을 바짝 차리고 문밖으로 걸어 나오는 황금빛의 그림자를 향해 다가섰다.
선우진의 시선이 그녀의 눈동자를 사로잡았다. 촉촉한 가을 물빛 같은 그 눈길이 마치 마음속을 살살 긁어대는 고양이 발톱 같았다.
“폐하!”
강희진이 우아하게 예를 갖추자 정허운은 선우진이 아무 말 없이 서 있는 걸 보고 재빨리 눈짓을 보냈다. 주위의 시종들은 즉시 고개를 돌리고 감히 더 이상 쳐다보지 못했다.
강희진은 폐하가 아무런 말도 없이 자신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혹시 화가 나신 걸까?’
하지만 이미 물러설 곳도 없었는지라 강희진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폐하께서 며칠 동안 애쓰셨을까 하여 소첩이 단술을 만들어 가져왔습니다.”
초월이 조심스럽게 단술이 담긴 잔을 올렸지만 이미 식어버린 상태였다.
폐하의 반응을 살피던 강희진은 문득 용기를 냈다.
“폐하, 이 술은 이미 식어버렸으니, 소첩과 함께 궁으로 가시는 것이 어떠하옵니까...”
“좋다.”
아직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선우진이 단번에 대답해 버렸다.
강희진은 잠시 얼어붙었다.
그제야 정허운이 나직이 부르는 소리에 정신이 돌아왔고 얼굴을 붉히며 수줍은 듯 선우진의 소매를 살며시 잡았다.
“폐하...”
그 한마디에 선우진은 순간적으로 무너질 뻔했다.
그렇게 그는 강희진을 데리고 곧장 광명전으로 향했다.
이 소식을 들은 강원주는 급히 자리를 피하며 몰래 별전으로 숨어들었다.
광명전 침전.
희미한 촛불 아래 강희진은 수줍은 듯 스스로 겉옷을 벗었다.
그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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