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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윤선미는 쿵쾅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엉덩이를 옮기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깨... 깼어요?" 남자는 눈을 뜬 채로 한참을 반응이 없었고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곽동우는 서서히 두 눈을 감았다. 그녀는 침대 옆에 앉아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러고는 옷소매를 잡고 곽동우의 얼굴에 묻은 립스틱 자국을 모두 깨끗이 닦고는 찔리는 듯 이불로 그의 몸을 덮어버렸지만 그는 여전히 깨지 않았다. 윤선미는 그제야 식물인간의 무의식적인 반응이라며 자기를 위로했다. '조금 전 내가 환청을 들었나 봐.' 그녀는 무료하게 밤이 깊어질 때까지 침대 옆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입을 막고 하품하더니 자기도 모르게 잠들었다. 밤중에 그녀는 추워서 몸을 움츠렸고 몇 년 전 설산에 갇혔던 그날 밤 꿈을 꾸었는데 그날도 지금처럼 추웠었다. 윤선미는 몸을 뒤척였고 본능적으로 따듯한 남자의 몸을 끌어안았는데 남자의 뜬 눈을 또 한 번 보지 못했다. 날이 밝았고 윤선미는 시끄러운 소리에 잠이 깨서 비몽사몽인 채로 눈을 떴다. 전 아줌마는 세숫대야를 들고 침대 옆에 서서 말했다. "사모님, 도련님 몸을 닦아주시죠." "제가요?" "그럼요." "전에는 누가 닦았어요?" 곽동우는 한 달간 쓰러져있었다. "당연히 간병인이 했죠, 하지만 자기 와이프보다 잘하겠어요?" 그녀는 거절할 여지가 없다는 듯 단호하게 말했다. 빨간색 혼례복을 입은 윤선미는 입술을 오므리고 하는 수 없다는 듯 전 아줌마의 손에서 수건을 건네받고 물을 짜고는 가볍게 잘생긴 남자의 얼굴을 닦기 시작했다. 그는 두 눈을 꼭 감고 있었고 속눈썹도 움직이지 않았다. '어젯밤엔 역시 잘못 본 거였어.' 윤선미는 잘생긴 그의 얼굴에 볼이 붉어졌다. 전 아줌마는 옆에서 그녀가 남자의 눈, 입, 목, 가슴을 닦는 걸 열심히 감독했다. 수건으로 서서히 모두 닦았고 지문까지 모두 닦았다. "도련님이 깨끗한 걸 좋아하시니 제대로 잘 닦아주시기 바랍니다. 닦고 나서 보디로션도 잘 발라주셔서 피부가 촉촉하게 해주세요. 근육이 위축되지 않게 아침저녁으로 전신 마사지해 주세요." 전 아줌마가 아주 날카로운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었기에 윤선미는 대충 할 수 없었다. 그녀는 하는 수 없이 자기를 위로했고 곽동우를 자기가 전에 치료해 줬던 환자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런 생각이 들자 그녀의 행동은 더욱 자세해졌다. 그 모습을 본 전 아줌마는 몰래 고개를 끄덕였다. 윤선미는 그의 손목을 누르고 수건으로 그의 손가락을 자세히 닦았다. 곽동우의 손가락은 하얗고 가느다랗고 뼈마디가 아주 선명한 게 아주 예뻤다. "응?" 지문을 누드던 중 맥박이 뛰는 걸 느낀 윤선미가 의아해했다. "왜 그래요?" 전 아줌마가 물었다. 윤선미는 고개를 저었고 전 아줌마는 담담하게 그녀를 힐끗 보고 말했다. "도련님과 이미 혼인신고 하셨잖아요. 나도 다 경험해 봤으니 대담하게 하세요." 그녀는 수건을 짜서 윤선미한테 건넸다. "아래 아직 안 닦았어요." '아래라니?' 윤선미는 순간 볼이 새빨개졌고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환자야!' '환자일 뿐이야!' 성진욱 할아버지가 말하기를 환자를 고치려면 욕구가 없어야 한다고 했다. 그녀는 최대한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으려 했고 환자를 돌보듯 하려 했다. 윤선미는 심호흡하고 수건을 이불 안으로 넣어 남자의 배를 타고 서서히 아래로 이동했다. 얇은 수건 건너로 선명한 근육이 느껴졌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이상한 생각을 했다. '이 남자 외모랑 몸매가 아주 뛰어났어, 침술 연습하기 딱 좋아.' 순간! 차가운 손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귓가에 은은하지만 단호하고 분노까지 섞인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괜찮아, 아래는... 닦을 필요 없어." 쨍그랑! 전 아줌마는 손에 든 대야를 바닥에 떨구었고 비명을 지르며 방을 뛰쳐나갔다. "사모님, 도련님 깼어요!" '곽동우가, 깼어?' 윤선미는 심장이 빨리 뛰었고 뒤돌아 침대에 누워있는 남자를 보았다. 흑요석 같은 두 눈에 차가움과 분노가 가득한 채로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윤선미는 수건을 꽉 쥐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 "전... 전 그냥 전 아줌마 말대로 몸 닦아주던 참이었어요." "어젯밤." 곽동우는 쉰소리로 차가운 눈빛으로 울분에 차서 말했다. "나한테 몰래 여러 번 입맞춤 했어." 윤선미는 몸이 굳어졌고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 복도에서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고 별장은 난리가 났다. 안방에는 바로 하얀색 가운을 입은 사람들로 가득 찼고 무관한 사람들은 모두 방 밖으로 쫓겨 나갔다. 윤선미는 숨을 깊게 내뱉고 구석에 서서 굳게 닫힌 문을 보고 안심했다. 그녀는 드디어 혼자 곽동우를 마주하지 않아도 되었다. "사모님 왔어요." "사모님." 복도에 있던 인파는 흩어졌고 가운데로 순박한 치파오를 입은 우우한 여자가 걸어와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분은 곽동우의 친엄마였고 곽씨 가문 둘째 사모님 도민서였다. 윤선미는 무의식적으로 허리를 곧게 폈고 긴장되었다. "넌 정말 좋아." 도민서는 그녀의 손을 잡고 연신 말했다. "동우가 깨어날 수 있은 건 다 네 덕분이야." '이런 미신이 정말 될 줄이야!' 그녀는 손목에 찬 비취 팔찌를 빼서 윤선미의 손에 끼웠다. "사모님, 이건 너무 귀중해요!" "착한 애야, 거절하지 마." 도민서는 그녀의 손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이건 내가 며느리한테 주는 선물이야." 윤선미는 말라버린 입술을 오므리고 억지웃음을 지었다. "사모님, 전 소씨 가문..." "알아, 소영철이 의붓딸을 보낸 것도 우리가 실세를 잃은 것 같아서 그런 거겠지. 하지만 우리가 아무리 실세 잃었다고 해도 동우한테 큰 프로젝트가 있어서 언젠간 다시 일떠설 거야..." 그녀는 잠깐 멈칫하고 말했다. "어차피 오늘부터 넌 나 도민서가 인정한 유일한 며느리야." 도민서는 그녀의 외모와 기질을 훑어보았는데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었다. "우리 동우 잘 부탁해. 넌 유복한 사람이라 우리 아들도 네 덕 볼 수 있을 거야. 이제부터 어머님이라고 불러. 동우한테 여동생이 있는데 절에 평안복 빌러 갔어. 동우 아빠는 지금 뒷정리 중이라 바빠. 나중에 우리 가족이 같이 제대로 밥 먹자." 윤선미는 그녀의 진지함을 보며 눈가가 촉촉해졌다. '세상에 모든 어머니들이 다 이기적인 건 아니네.' 시골 사람들은 모두 그녀한테 재수탱이, 팔자 사나운 년이라며, 친아빠를 죽게 만들고 친엄마도 돈 많은 사람 따라 도망갔다고 했었다. 이건 처음 누군가 그녀한테 유복하다고 말한 거였다. 끼르륵. 안방 문이 갑자기 열렸고 제일 앞에 있던 의사가 청진기와 마스크를 벗으며 말했다. "도련님 몸이 점점 회복되고 있습니다. 뇌신경은 다치지 않았지만 두 다리에 아직 피멍이 있고 아무런 느낌도 없어 수술하려면 모험이 아주 큽니다." "그럼 치료 못 하는 거예요?" 도민서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쫓아 물었다. "네, 도련님 다리가 병신이 되었고 생육 능력에 영향이 있을 겁니다." 의사는 아주 잔인하게 말했다. "죄송해요, 혹시나..." 그는 안경을 밀며 말했다. "한의 권위자 성진욱 어르신이 성공한 적이 있었는데 그분을 찾으시면 희망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미 정년퇴직하고 지금껏 아무도 그분의 종적을 모르기에 희망이 묘연합니다." 그 말을 들은 도민서는 얼굴이 창백해졌다. '세상에 한의 권위자 성진욱을 어떻게 찾아!' 윤선미는 의아해했다. '하지만 곽동우의 두 다리는 분명히...' 그녀가 말할지 말지 머뭇거리고 있는데 호주머니에 있던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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