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6장

허운현은 이런 장면이 익숙했기에 다가오는 여자들과 거리를 유지하며 그저 다정한 얼굴로 문제를 대답해 줬다. 문제를 대답하는 그의 자태는 무척 온화했기에 보는 이로 하여금 따뜻하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진가희는 갑자기 자신의 오빠의 별명이라며 말해주던 허지연의 말이 생각났다. "남자 보살, 성광이 난다니까." 기분이 좋지 않았던 진가희는 속으로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참 다정한 사람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허지연의 오빠는 중생을 제도할 수 있는 착한 사람이었다. 진가희는 오늘 밤 갑자기 술이 마시고 싶었다. 진탕 취하도록 술을 마시고 싶었다. 그녀는 단 한 번도 이렇게 마음대로 군 적 없이 늘 규율에 맞게 단 한 걸음도 잘못 내딛을까 봐 전전긍긍했다. 결국 진가희가 테이블 위에 있던 칵테일을 들고 벌컥벌컥 들이켜기 시작했다. 진가희가 구석에 앉아있었던 덕분에 그 누구도 그녀를 발견하지 못했다. 연속 몇 잔을 들이켜고 나니 기분이 안 좋았던 덕분인지는 몰라도 위가 쓰렸다. 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진가희는 화장실로 달려갔다. 허운현도 점점 더 많아지는 여자들에 공기가 답답하다고 느껴져 화장실에 가 세수라도 할 생각으로 들렀다. 그렇게 손을 씻던 그는 거울을 통해 휘청거리며 들어서던 인영을 보게 되었다. 손을 씻던 허운현이 그 인영을 한 눈 보더니 얼른 자리를 비켜주기 위해 자리를 뜨려고 했다. 그런데 그 인영이 막무가내로 품속으로 안겨들 줄 누가 알았을까. 크나큰 충격에 허운현의 몸은 하마터면 견디지 못할 뻔했다. 그리고 은은한 향기가 콧속을 파고들었다. 순간, 허운현이 멈칫했다. 진가희는 자신이 누구 품을 파고든 건지 알지 못했다. 화장실에서 나왔지만 그녀는 여전히 토하고 싶었다, 갑작스럽게 다른 이의 품에 안겼지만 그녀는 상대방의 얼굴도 채 확인하지 못하고 남자를 밀어내곤 다음 순간, 세면대를 잡고 격렬하게 토하기 시작했다. 진가희에게 밀려난 허운현이 그 인영에게 눈길을 돌리고 보니 허지연의 절친이라던 그녀가 있었다. 토를 하고 난 그녀는 탈진한 사람처럼 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