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장
하도훈은 속으로 자신을 비웃었다. 아직 대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여자아이와 아이들만이 따질 만한 문제를 두고 화를 낸 자신이 웃겼기 때문이다.
그는 갑자기 진이나의 말이 생각났다. "너 언젠가는 가희 좋아하게 될 거지?"
하도훈은 그 생각을 하면서도 겉으로 그런 기색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저 조금 누그러진 말투로 진가희에게 사과했다. "가희야, 오늘 내 태도에 문제 있었다는 거 인정할게. 네가 용서해 줘."
하도훈이 땀범벅이 되어버렸지만 여전히 하얀 얼굴을 만지며 다정하게 말했다. "일단 진통제 먹어, 그래도 못 버티겠으면 병원 가자."
그 말을 들은 진가희가 다시 하도훈의 옷자락을 잡더니 그의 품에서 얼굴을 들고 젖어버린 눈으로 슬픔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생리통 때문에 힘이 없어 말을 하는 목소리가 무척 가녀렸다. "그 누구도 나 안 사랑해, 우지성 빼고."
"오빠는 언니 사랑하고 사모님도, 아빠도 다 언니를 사랑해. 언니는 많은 사랑을 가질 수 있지만 나는, 나는 우지성 사랑 밖에 없어, 그것도 안 되는 거야? 오빠 왜 나한테 화내는 거야?"
옆에서 그 말을 들은 아주머니는 깜짝 놀랐다.
우지성은 누구인지, 하도훈이 지금 진가희와 그 우지성이라는 사람에게 화를 내고 있다는 건가?
진가희의 말을 들은 하도훈의 안색은 여전히 다를 바 없었다, 그는 여전히 아무 감정 없는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진가희의 얼굴은 불쌍하고 연약하고 무력감이 가득했다.
심지어 그녀는 하도훈의 품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쳤다, 그녀는 그와 몸을 맞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하도훈은 진가희의 몸을 꼭 잡고 그녀 얼굴의 눈물을 닦아주며 턱을 그녀의 머리 위에 올린 채 연신 사과의 말을 전했다. "가희야, 내가 잘못했어. 오늘 내가 너한테 상처 준 거 용서해 줘, 오늘 경솔했던 거 네가 용서해 줘, 응?"
진가희는 오늘밤 나타난 우지성 때문에 멘탈이 무너지고 말았다, 그녀는 여전히 하도훈을 밀어내며 말했다. "다들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잖아, 하지만 나는 우지성 밖에 없다고. 왜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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