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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6장 일 년 전의 일이 기억에 없다

여자의 휴대폰 화면에서 보이는 건 에스더 디자인 스쿨의 통지서였다. 위에는 명확하게 4월에 갑작스럽게 내린 폭설로 인해 디자인 전시회가 부득이하게 취소되었다고 말했다. 통고를 확인한 김유정은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푸칸국의 4월은 늘 슈타르크보다 조금 더 추웠다. 날씨도 쌀쌀하고 햇빛이 별로 없어서 비가 오는 건 예사였으나 눈이 내린 건 지극히 드물었다. 그런데 작년에 푸칸국에서 내린 폭설을 김유정이 왜 모르고 있었던 거지? 작년 4월, 김유정은 분명히 푸칸국에 있었는데 말이다. “우리 언니가 잠시 착각했을 수도 있죠!” 안서우가 먼저 입을 열어 이 정적을 깼다. “유정 언니 매일 디자인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데 작년인지 재작년인지 헷갈릴 수도 있죠.” 그러자 모두 그러려니 하고 자연스레 다른 화제로 말을 돌렸다. “유정 언니, 왜 그래요?” 안서우는 창백해진 김유정의 얼굴을 보며 걱정하듯 물었다. “달콤한 거 먹고 싶지 않아요? 오늘 디저트 푸칸국에서 디저트로 유명하신 셰프님이 직접 만드신 거예요. 우리 같이 먹으러 가요.” “서우야, 난 괜찮아.” 김유정이 웃으며 말했다. “어제 밤샘 작업을 했더니 오늘 좀 피곤하네. 조용한 데 가서 잠깐 쉬어야겠어.” “알겠어요.” 창백해진 김유정의 안색을 보자 안서우도 더는 강요하지 않았다. “저쪽으로 가면 사람들이 잘 모르는 휴게실이 하나 있어요.” 김유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주스 잔을 테이블 위에 놓고 휴게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휴게실에는 안서우 말처럼 사람이 없었다. 하긴 각계 유명 인사들을 알아갈 좋은 기회에 다 조금이라도 더 돋보이려 하지 여기 숨어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강유정은 의자에 앉자마자 휴대폰을 꺼내 갤러리를 뒤져봤다. 그리고 4월에 찍은 사진 아래 표시된 위치는 분명 푸칸국이다. 사진 속 풍경은 봄처럼 따뜻하고 생기 있었고, 디자인 전시회는 전과 다름없이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뭐지?’ ‘내 사진은 분명 4월 푸칸국에서 찍은 건데, 왜 디자인 학원 통고 내용이랑 다른 거지?’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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