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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장 다른 사람 좋아하지 마

그녀는 그의 말을 못 들은 척하며 다시 누웠다. “잘 거야. 당신 맘대로 생각해.” 김유정은 그렇게 말하며 이불을 끌어안고 몸을 돌려 연수호와 거리를 두었다. 연수호는 그녀의 표정을 볼 수 없었다. 그저 등을 돌린 그녀의 모습을 한참 바라보다가 조용히 그녀 옆에 누웠다. 옆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체온에 김유정은 본능적으로 조금 더 몸을 옆으로 뺐다. 그러자 연수호는 다시 다가왔다. 그녀가 다시 몸을 옮기면, 그는 또 따라붙었다. 결국 침대 끝에 거의 다다랐을 때, 김유정이 더 움직이려는 찰나, 갑자기 뒤에서 그의 손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더니 부드럽게 당겨 끌어안았다. “움직이지 마.” 그의 저음 섞인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뜨거운 숨결이 그녀의 하얀 목덜미를 스치며 말을 이었다. “잘 거면 가만히 있어.” 피곤함에 지쳐 있던 김유정은 결국 그 품 안에서 곧 잠들었다. 몽롱한 잠결에 그녀는 무언가가 쇄골을 가볍게 물듯 스치는 느낌을 받았다. 무겁지 않았지만, 간질간질하면서도 저릿한 감각이었다. 눈꺼풀이 무겁고 피곤한 그녀는 눈을 뜰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이어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귀가에 스며들었다. 어린아이처럼 투정을 부리듯 속삭이는 목소리였다. “김유정... 다른 사람 좋아하지 마.” 그 이후로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유안 그룹 부대표의 집무실. 이우진은 가죽 의자에 앉아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다. 이때, 문밖에서 하이힐 소리가 들려왔다. 깔끔한 정장 차림의 신혜정이 들어와 문을 닫고, 손에 든 갈색 서류봉투를 책상 위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이 대표님, 그쪽에서 보내온 겁니다.” 이우진은 코 위에 걸친 금테 안경을 살짝 밀며 서류봉투를 흘낏 보았다. 신혜정은 그의 반응을 살피며 서류봉투를 열어 사진 뭉치를 꺼냈다. 사진 속에서 한 남자가 밤거리에서 한 여자를 껴안고 있었고, 다음 사진에서는 여자가 남자를 발로 차며 폭행하고 있었다. 그다음 사진에서는 여자가 남자의 검은색 정장을 바닥에 던진 뒤 냉정하게 발로 밟아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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