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3장
강설아는 얼떨결에 해고되어 풀이 죽은 채 떠나는 배시연을 따라나섰다.
배시연은 말투가 그다지 좋아 보이지가 않았다.
“고소하다고 비웃으려고 찾아온 거예요?”
“그럴 리가요?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보려고 온 거예요! 배시연 씨는 작업실에서 가장 경험이 많은 디자이너인데 어쩌다가 장제인 대표님한테 그런 지시를 받았나 해서요.”
남자한테 빌붙어 사는 강은영한테 당했다는 것만 생각하면 굴욕적인 마음을 감출 수가 없는 배시연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그녀의 반응을 보자 강설아는 떠도는 소문과 관련이 있다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강설아는 한 발 앞으로 다가가 배시연의 짐을 손에 들고 트렁크에 넣어주었다.
“강은영 때문이죠?”
배시연은 강은영이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눈가에 짙은 한기가 서려 있었다.
“그분을 잘 알아요?”
“그럼요. 전에 같은 작업실에서 일했었어요. 나중에는 프로젝트를 어찌나 더러운 수단으로 손아귀에 넣던지 보기 흉했다니까요. 그 회사에서는 쫓겨났더니만 여기에서 마주칠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배시연은 강은영의 흑역사를 듣자 더는 분노를 억누를 수가 없었다.
“전에 다니던 작업실에서도 그런 짓을 한 거예요? 그런데 왜 직장 경력이 없다고 한 거예요?”
“그 말을 믿었어요?”
강설아는 동정 어린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 물음에 배시연은 카이그룹의 프로젝트를 손쉽게 얻은 강은영을 떠올리게 되었다.
카이 그룹이란 어떠한 존재인가?
서울시 제3기업에 버금이 가는 기업이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카이그룹 대표는 까탈스러운 데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자라고 했었는데 초안이 단번에 통과됐다는 건 몸을 팔았거나 또는 어느 정도의 직장 경력으로 능숙하게 설계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강설아는 배시연의 싸늘한 한기를 느끼고 눈가에 성취감이 묻어났다.
“그런 직장 경력을 어떻게 떠벌리고 다니겠어요? 장제인 대표님이 조사만 하면 강은영 씨는 바로 쫓겨날 거잖아요!”
“거지 같은 년! 어디 더러운 몸으로 나한테까지 해를 입혀?”
독설을 냅다 퍼부은 배시연은 서울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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