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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장

그녀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다가갔다. “할머니, 어머님, 오래 기다리셨다는 얘기 들었어요. 늦어서 죄송해요.” 말을 마친 그녀는 할머니의 옆으로 다가가서 친근하게 팔짱을 꼈다. 어르신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의 손길을 밀어냈지만 강은영은 그럴수록 더 바짝 밀착했다. “길에서 할머니 좋아하시는 고구마케익 사오느라 좀 늦었어요. 어머님이 좋아하는 훈제 치킨도 사오려고 했는데 줄 서야 해서 그냥 왔어요.” 고용인들을 포함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어이없는 눈빛으로 강은영을 바라보았다. 대체 이 아가씨는 눈치가 없는 건가? 어르신의 얼굴도 울화에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예란은 음침한 눈으로 강은영을 바라보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 “은영아.” 강은영은 싸늘한 눈빛과 마주하자 가슴이 철렁해서 할머니의 손을 놓고 이예란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무표정한 그 얼굴을 애써 무시하며 이예란의 품을 파고들었다. “어머님, 어젯밤 기사 보시고 화 나셨죠? 제가 잘못했어요!”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는 무척 진정성 있지만 당연히 반성한다고 끝날 일이 아니었다. 순식간에 공기마저 차가워지고 고용인들은 조마조마한 눈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예란의 음침한 눈빛을 받으며 강은영은 시무룩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제가 좀 세게 치기는 했지만 저한테만 뭐라고 할 게 아니에요.”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니?” 이예란의 차가운 표정에 약간의 균열이 생겼다. 강은영은 고개를 더 푹 숙이고 말을 이었다. “여자는 밖에 나가서 치근덕거리는 남자를 만나면 죽을 때까지 패라고 어머님이 예전에 가르치셨잖아요.” 거실에 묘한 정적이 돌았다. “설마 상대가 시조카라고 해서 그러면 안 되는 건 아니죠?” 이예란은 시어머니와 시선을 교환하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강은영을 바라보았다. “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니?” 이예란이 벙찐 얼굴로 물었다. 강은영은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이예란을 쳐다보았다. 이예란은 그 모습을 보자 안쓰러운 마음이 먼저 들었다. 강은영이 뭐라고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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