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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3장

강은영이 작업실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배시연도 돌아왔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경멸심이 가득 들어 있었다. 강은영은 그녀를 무시한 채 컴퓨터를 열어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젯밤에는 초안을 건넨 거라 제대로 된 설계도 형태를 갖추려면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좀 빠듯한 기한이었다. 그렇게 업무에 돌입하고 있는데 장제인은 전에 보이던 차가운 태도는 멀리하고 예의를 약간 갖춘 태도로 강은영한테 말을 건넸다. “카이 그룹 담당자 쪽에서 후속 작업을 상의할 게 있다네.” “카이 그룹이요?” “맞아. 이번에는 그쪽 대표님이 직접 만나자고 요청을 해 온 걸 보면 네가 내놓은 설계도가 엄청 마음에 드는 눈치야.” 강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요?” “오후 3시. 명주 건물 옥상 카페.” 수많은 그룹 대표 이사들이 즐겨 찾는 그 장소를 전에 박강우하고 몇 번 가 본 적이 있었다. 바로 마루 앞에 위치해 있는 커피 테이블에 앉으면 서울시가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눈이 호강할 지경이었다. 시간을 확인해 보니 벌써 한 시 반이었고 자동차로 향하면 때마침 도착할 거라 생각한 그녀는 서랍에서 원고를 꺼냈다. “그럼 지금 가볼게요.” “그래. 잘 다녀와.” 고개를 끄덕인 장제인은 배시연을 힐끔하고는 전에 보이던 존중은 온데간데없이 싸늘하게 말을 건넸다. “배시연 씨, 좀 서둘러야겠어.” “네, 알겠습니다.” 배시연은 울화가 치밀었다. 일개 인턴이 능력도 없으면서 거래처하고 직접 만나 도킹을 하는데 나는 왜 여기 사무실에 앉아 초고를 수정해야 하는 건데! 프로젝트 측은 안목이 있는 거야? 디자인이라는 걸 알기나 하면서 사람을 평가해? 생각할수록 배시연은 화가 치밀었다. 강은영은 먼저 컴퓨터에 있는 파일을 USB로 옮기고 있었다. 협력업체에서 세부 사항을 상의하자고 하는 걸 보면 시간이 꽤 오래 걸릴 테니 오늘 작업실을 돌아오지 못할 수가 있었다. 게다가 내일은 주말이라 아마도 야근을 해야 될 지도 모른다. 앞으로 걸어가던 장제인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떠오른 듯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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