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9장
마장으로 돌아오자 양민호는 이미 떠났고 박강우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차에서 내리고 난 강은영은 멀지 않은 하늘 아래 한 손에는 책을, 다른 한 손에는 커피잔을 들고 있는 우아하고도 고상한 분위기를 풍기는 그 남자를 보자 마음이 설레고 있었다.
강은영은 성큼성큼 걸어가 뒤에서 그 남자의 목을 끌어안았고 그 남자는 그녀의 가느다란 팔을 잡아 품에 끌어안았다.
“그래도 돌아올 줄은 아네.”
그는 조금도 나무라지 않는 다정한 말투였다.
강은영은 억울했다.
“오늘 연주가 하마터면 허지환 어머니를 때려죽일 뻔했어. 지금 해외로 피난 갔어.”
박강우는 어리둥절해졌다.
강은영의 친구는 손에 꼽힐 정도로 극소수였다.
속심말을 털어놓는 친구라 하면 다연주하고 빈나은이라 그 친구들의 성격 또한 잘 알고 있었다.
옛말에 끼리끼리 논다는 말이 있듯이 마음이 맞다 보니 친구의 관계도 오래도록 유지가 가능한 것이다.
게다가 다연주하고 빈나은도 사람을 걱정시키는 타입이었다.
이번에 벌어진 일은 다소...
박강우가 물었다.
“누가 제안한 거야?”
다연주를 해외로 도망가라고 한 사람이 누군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강은영은 고개를 들어 그윽한 그의 눈동자를 마주쳤다.
“내가 제안한 거야. 왜? 안 돼?”
박강우는 이마를 짚었다.
평소에는 약삭빠르게 굴 때가 있지만 흐리멍덩한 지금 모습은 참 뭐라 해야 할지 모를 정도였다.
“다연주하고 허지환 사이가 다른 남자들하고 똑같은 거야?”
“아니!”
강은영은 본능적으로 말이 불쑥 나왔다.
허지환이 다른 남자들과 별반 다를 게 없다고 다연주가 고집을 부리고 있긴 하지만 그녀는 다연주가 다른 남자들하고 미묘한 차이가 있다는 걸 알아챌 수 있었다.
왜냐하면 다른 남자들하고는 그냥 연애만 했었지 허지환한고는 반 동거 상태였다.
그녀는 문득 박강우의 뜻을 깨닫고 이마를 쳤다.
“큰일이네! 내가 무슨 짓한 거야?”
다연주가 허지환의 엄마를 때렸는데 다연주더러 해외로 도망치라고 한 거잖아?
허지환이 자신의 어머니를 이렇게 만든 장본인이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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