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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회의실을 나온 온하준은 곧바로 소유진의 사무실로 향했지만 들려오는 건 그녀가 회의에 참석하러 갔다는 소리뿐이었다. 그래서 문자를 보냈는데 소유진은 반나절이 지나도록 답장을 하지 않았다. 평소에는 몇 분 내에 답장을 하던 사람이 이렇게 오래도록 연락을 하지 않는다는 건 온하준을 피하는 게 틀림없었다. 온종일 그녀를 기다리던 온하준은 저녁이 되어서야 주차장에서 그녀의 차를 보게 되었다. “유진아. 얘기 좀 해.” 소유진은 피곤에 찌든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타.” 온하준이 차에 올라타자 둘 사이에는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이사회에서 내린 결정, 왜 나한테 미리 말 안 했어?” “그 결정이 맞으니까. 하준아, 지금 네 상황 솔직히 말하면 말 안되는 거 너도 알잖아. 이노의 상무로 있으면서 재원 그룹까지 도와주는 거, 회사에 피해 끼칠 수밖에 없는 일이야.” “나는 네가 날 지지해줄 줄 알았어.” 한숨을 쉬는 소유진에 온하준은 자신의 실망을 그대로 드러냈다. “넌 내가 그 팀을 얼마나 아끼는지 알잖아.” “너 지지해.” “하지만 회사 대표로서 나는 이노의 이익을 지켜야만 해. 중요한 클라이언트들이 너 통해서 우리 기술이 재원으로 흘러 들어갈까 봐 불안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어.” “설마 너도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온하준이 놀라며 묻자 소유진은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없잖아.” “하지만 사람들이 그렇게 믿는다는 게 문제지.” “알겠어. 재원 그룹은 빠르게 정리할게.” 한참 만에 실망스러운 목소리로 답을 하는 온하준에 소유진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하준아, 네가 신경 쓰는 게 재원 그룹이야 아니면... 조아영이야?” “무슨 뜻이야?” “그냥...” 온하준이 고개를 들며 묻자 소유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조아영, 조지홍이랑 그 집에서 같이 밥 먹는 사진을 찍은 사람이 있어. 그 사진이 공개되면 다들... 둘이 재결합한다고 생각할 거야.” “나한테 사람 붙였어?” “아니야.” 온하준이 눈을 부릅뜨며 묻자 소유진이 연신 고개를 저었다. “기자 하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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