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20평도 안 되는 초라한 셋집이 바로 주은우 세 식구가 사는 곳이다.
어두컴컴한 방안,낡은 가구들은 칠이 심하게 벗겨졌고 바닥은 갈라졌으며 축축해서 공기속에는 썩은 냄새가 가득했다.
“이렇게 축축한 걸 보니 또 비가 오겠구나.”
하영은 장 봐둔 음식을 들고 부엌으로 가면서 한마디 했다.
주은우는 곧바로 자신의 침실로 돌아가 복습을 시작했다.
그 전에 그는 라벨과 펜을 꺼내 단어 두 개를 적었다.
‘대학 입시!’
‘돈 벌기!’
일반인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목적은 앞날을 바꾸기 위해서이고, 좋은 직장에 취직해서 돈을 벌기 위해서이다.
주은우는 전생의 아쉬움을 달래고 또 부모님이 남들 앞에서 고개를 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공부를 열심히 하려 했다.
환생자가 돈을 버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앞으로 몇 년 동안 돈을 벌 기회가 너무 많았다.
주광욱은 퇴근해서 손에 과자 한 봉지를 들고 집에 왔다.
그는 작업복을 입고 있었다. 뚱뚱한 몸매에 얼굴에는 수염이 더부룩했고 머리카락도 좀 흐트러져 있다.
문 앞에 서서 한참 바라보다가 부엌으로 가서 거들었다.
“빨리 나가. 귀찮아!”
하영은 주광욱을 부엌에서 밀어냈다.
갑자기 주광명이 말했다. “여보, 우리 아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걸 발견했어?”
“당신 어디 아파?”
“공부하지 않을 때는 욕하더니, 이젠 열심히 해도 뭐라 할 거야?”
하영은 불쾌한 듯 주광욱을 노려보며 말했다.
“내 말은 우리 아들이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니 틀림없이 좋은 대학에 합격할 수 있을 거야!”
“물론이지. 은우는 이 어미의 재능과 지혜를 물려받았으니 수능에 합격하지 않을 수 없어!”
“말도 안 되는 소리, 분명히 아버지의 총명함을 따른 거야!”
“그만해.”
“...”
하영은 재빨리 반찬 3개와 국을 만들었다.
주은우는 빨리 먹고 빨리 복습하고 싶었다.
허영은 주은우에게 닭 다리를 집어주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천천히 먹어. 아무도 안 뺏어!”
주은우는 얼버무리며 말했다. “시간이 돈이에요. 나는 빨리 먹고 복습해야 해요. 나에게 남아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아요!”
하영이는 갑자기 마음이 아팠다. “아들, 자신에게 너무 큰 스트레스를 주지 마. 건강이 중요해!”
주은우는 비로소 자신의 평소와 다른 행동이 어머니를 걱정하게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잠시 숨을 고른 후 웃으며 말했다. “어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전 스트레스가 없어요!”
주광욱은 소주를 한 모금 마시고 나서 말했다. “어느 대학에 지원할지는 생각해 봤어?”
“강성대...”
주은우가 무심코 말했다.
“콜록콜록...”
주광욱은 사레에 걸려 기침을 했다.
하영이마저 입가가 살짝 실룩거렸다.
부모로서 그들은 주은우의 성적을 잘 알고 있다.
이번 달에 조금만 노력하면 전문대에 붙을 지도 모르는 실력이다.
그런데 강성대에 지원한다니 믿기지 않는다.
“아들아...”
하영은 주은우가 넋이 나간 것이 아닌가 걱정했지만 입을 열기도 전에 주광욱은 테이블을 치며 그의 말을 끊었다. “잘 생각했어! “
주광욱은 주은우에게 말했다. “꿈은 크게 가져야 해! 아빠는 널 믿어!”
하영은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밥을 먹었다.
수능을 앞두고 아들의 자신감을 꺾을 수는 없었다.
주은우는 배불리 먹은 후 방으로 돌아가 복습했다.
그는 수학과 영어에 중점을 두었다.
이 두 과목의 성적이 제일 낮기에 좀 더 공을 들여야 한다.
시간은 어느덧 10시가 되었다.
하영은 밖에서 방문을 두드렸다. “은우야, 이젠 그만 자야지!”
“아, 네...”
주은우는 기지개를 켜며 얼굴에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막연했던 수학 문제나 영어도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그는 갑자기 공부의 즐거움을 느끼게 되었다.
세수한 후 주은우는 침대에 누워 잠을 잤다.
침대에 누워 허름한 천장을 보며 그는 아직도 꿈만 같았다.
...
이튿날 아침, 하영은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밥을 준비했다.
주은우도 일찍 일어나 조깅을 한다.
아침 조깅을 꾸준히 하면 체력을 증진하고 면역력을 높이며 정신 상태를 맑게 할 수 있었다.
전생에 병으로 죽었으니, 이번 생에는 반드시 건강해야 한다.
잠을 덜 깨고 화장실에서 나온 주광욱은 하품을 하며 말했다. “아침밥이 다 됐어? 연우를 깨우러 갈게.”
하영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나보다 먼저 일어나고는 조깅하러 나갔어!”
순간 주광욱은 정신을 차리며 의아해했다. “아침 조깅? 해가 서쪽에서 떴어?”
하영은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여보, 아들이 충격을 받은 건 아니겠지?”
열심히 복습하고 아침에 일어나서 조깅을 하다니!
정말 너무 이상했다!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주광욱은 턱수염을 만지며 눈살을 찌푸렸다. “연애하는 건 아니겠지?”
이 말이 나오자 하영은 문득 어제 오후의 그 여학생이 생각났다.
“누가 연애해요?”
주은우는 땀투성이가 되어 문 앞으로 걸어갔다.
주광욱은 서둘러 선풍기를 돌렸다.
하영은 헛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네가 잘못 들었어!”
주은우는 더는 캐묻지 않았다.
선풍기 바람을 쐬고 아침도 먹은 후 그는 교복 차림으로 자전거를 타고는 학교로 달려갔다.
첫 번째 신호등을 지날 때 주은우는 멈췄다.
그는 매일 여기에서 진태용과 만난 후 함께 학교로 갔다.
5분 정도 지나자 진태용이 그의 산악자전거를 밟고 달려왔다.
“내가 잘못 본 줄 알았어!”
“오늘 해가 서쪽에서 떴나? 나보다 일찍 오다니!”
진태용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평소에 그는 늘 이곳에서 주은우를 기다렸다.
오늘은 오히려 주은우가 자신을 기다렸다.
주은우는 진태용의 짙은 다크서클을 보고는 물었다. “어젯밤에 밤새웠어?”
진태용은 눈동자를 굴리며 신비롭게 말했다. “나는 또 다른 불법 피시방을 찾았어. 1600원이면 밤새 놀 수 있어!”
주은우는 진태용을 쳐다보더니 말했다. “곧 수능인데 아직도 밤새도록 게임 하고 싶어?”
진태용은 개의치 않고 잘라 말했다. “안되면 재수하지 뭐! 아무튼, 이번에는 가망이 없어 보여!”
두 사람은 반에서 비슷한 수준이었다.
성적이 꼴찌이기에 맨 마지막 줄에서 짝꿍이 되었다.
두 사람은 자전거를 타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교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진태용은 유시영과 전영미를 발견하였다.
마침 키가 훤칠한 남학생이 두 사람에게 조반을 가져다주었다.
유시영은 쑥스러운 듯 얼굴을 붉혔다.
전영미는 대범하게 조반을 건네받았다. “다들 동창인데 뭘 쑥스러워해!”
유시영은 애교스럽게 말했다. “영미야, 뭐 하는 짓이야. 난 걔랑 친한 사이가 아니야.”
전영미가 유시영을 향해 눈짓하였다. 유시영이 고개를 돌려보니 주은우와 진태용이 보였다.
유시영은 남학생들이 가져다준 조반을 받으며 애교스럽게 말했다. “나와 영미에게 일부러 조반까지 사주다니, 정말 고마워!”
긴 머리에 수려하게 생긴 그 남학생은 웃으며 말했다. “나에게 고마워할 필요가 없어. 다른 사람을 대신해서 가져다준 거야!”
“다른 사람?”
유시영과 전영미는 모두 멍해졌다.
전영미가 물었다. “그 다른 사람이 누구야?”
긴 머리 남학생이 대답했다. “누군지는 알려주지 않을 거야. 어쨌든 너희들은 앞으로 매일 조반이 있을 거야!”
말을 마치자 그 긴 머리의 남학생도 학교에 들어섰다.
이때 주은우와 진태용도 자전거를 밀면서 교문으로 향했다.
두 사람이 가까이 왔을 때 유시영은 갑자기 주은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주은우, 오해하지 마, 난 그 남자를 몰라... 나도 그가 조반을 가져다줄 줄은 몰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