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6장
사람이 없으면 거실, 주방, 식탁 어디든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좋은 장소지만, 사람이 있으면 침실을 제외하고 모두 제한되어 아무래도 관계 발전에 불리해진다.
“어쩐지 갑자기 오지 말라고 하나 했어요. 아무 일 없다니 다행이네요.”
유순자는 외투를 걸며 말했다.
최여정은 소파에 앉아 오늘 같은 날에 아이를 낳으라고 종용하기 딱 좋겠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한편 텅 빈 냉장고를 마주한 강리아는 순간 머리가 아팠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벽에 기대 있는 박시후를 바라봤다.
“왜 아무것도 없어요?”
“생활비는 너한테 있잖아.”
박시후는 강리아에게 그녀가 떠나면서 한 달 치 생활비를 그냥 가져갔다고 돌려 말했다.
강리아는 그 말에 순간 흠칫했다. 그녀는 박시후가 제 앞에서 임지우를 언급하는 것도 자신을 슬프게 하는 것도 두렵지 않았지만 유독 돈 얘기를 꺼내는 게 두려웠다.
강리아는 냉장고 문을 닫고는 오른쪽에 위치한 캐비닛에서 꽃차를 꺼내 거실에 있는 티테이블에 가 우려냈다.
“할머니, 과일은 모두 얼려서 바로 꺼내 먹으면 위 상해요. 꽃차 드세요.”
최여정이 꽃차를 좋아하기에 강리아는 매번 본가에 갈 때마다 꽃차 한 주전자를 끓여 내와 최여정과 함께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그래.”
최여정은 강리아를 뒤따라 나온 박시후를 슬쩍 훑었다.
박시후의 셔츠는 허리춤 밖으로 헐렁하게 흘러나왔고 소매는 대충 걷어 올린 모습이었다. 그가 이토록 꾸밈없이 있는 모습은 무척 드물다.
남자가 밖에서 외모를 가꾸지 않으면 지저분한 거지만, 집에서 아내와 함께 있을 때 이러면 분명...
최여정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시후야, 밖에 경호원을 저렇게 많이 세워둔 거 혹시 마누라가 도망칠까 봐 그래?”
챙그랑!
강리아의 손에 든 찻잔이 미끄러져 하마터면 깨질 뻔했다.
“할머니, 밖에 추운데 별일 없으면 자꾸 나오지 마세요.”
박시후는 여상한 표정이었지만 그 속에 약간 불편한 기색이 드러났다.
“지금 내 일에 관여하는 거야? 난 리아가 보고 싶어서 온 것뿐이야.”
두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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