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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장

주씨 가문은 비록 권력자나 재벌 가문은 아니었지만, 대대로 학문을 중시해 온 집안이었기에 경성에서 꽤 이름을 날리며 살아왔다. 주씨 가문은 딸 주미나 한 명뿐이었기에 온갖 정성을 다해 키우며 그녀에게 막대한 자원을 쏟아부었다. 이는 오로지 주씨 가문의 앞날을 빛낼 인재로 성장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런 이유로 주씨 가문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전통 한국 회화 대가를 초빙해 주미나를 어릴 때부터 가르쳤다. 주미나는 정호영 대가의 직계 제자로 명성을 쌓으며 어린 나이에 이미 회화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리고 정호영 대가의 인맥 덕분에 주미나는 진시준과도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 그들의 결혼 소식이 퍼졌을 때 주씨 가문은 그 결혼으로 가문이 더 높이 날아오를 것이라 기대해 환호하며 기뻐했다. 하지만 결혼 발표 후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주미나가 쫓겨났다는 소식이 경성 전역에 퍼져버렸다. 주씨 가문은 곧바로 침묵을 지키며 이 논란이 지나가길 기다리기로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주미나를 다시 사회에 내보내려던 차였다. 그러나 주미나의 표절 사건이 터지자 주씨 가문은 완전히 허를 찔렸다. 대응할 자료를 준비하고 인맥을 총동원할 틈도 없이 증거가 줄줄이 쏟아져 나오며 주미나의 명예는 다시는 회복할 수 없을 만큼 짓밟혔다. 결국 주미나의 이름은 회화계에서 영원히 ‘표절자’라는 불명예로 남게 되었고, 그녀의 이름은 회화계에서 치욕의 상징이 되었다. 그리고 가장 뜨거운 화제는 바로 몇 년 전 화제를 모았던 신인 화가 연나은의 표절 사건이었다. 주미나의 전 약혼자이자 진수 그룹의 둘째 아들인 진시준이 직접 나서 주미나가 연나은의 작품을 표절했고 원고까지 훔쳤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이 사건이 밝혀지자 여론은 한층 더 뜨거워졌고, 사람들은 드디어 두 사람이 헤어진 진짜 이유를 알게 되었다. [아, 진시준이 표절을 알아채고 헤어진 거였구나! 난 남자가 변심한 줄 알았는데. 잘 헤어졌어.] [이번 사건에서 가장 불쌍한 건 연나은이지. 얼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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