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장
연나은이 가출한 게 아니라 해외로 이주한 거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부터 집사의 얼굴엔 매일 근심이 가득했다.
예전엔 연나은이 있어서 실수를 해도 대신 변호해 줄 사람이 있었다. 연나은이 한마디만 하면 아무리 큰 잘못도 진시준은 대충 넘어가곤 했다.
하지만 이제 연나은이 없으니 가장 고생하는 건 바로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었다.
진시준이 왜 그러는지 알 수는 없지만, 요 며칠 새 기분이 안 좋은 건 물론이고 유난히 꼬투리를 잡기 시작했다.
아침에 요리사가 죽을 끓이지 않은 걸로 크게 화를 내자 요리사는 급히 죽을 준비하며 중얼거렸다.
“아가씨도 없고, 대표님도 원래 죽을 안 좋아하시는데 안 끓인 게 맞지 않나?”
정원사가 마당의 나무 두 그루를 다듬었더니 두 달 치 월급을 깎아 버리자 정원사는 머리를 쥐어짜며 고민했다.
“이 나무는 아가씨가 심은 거고, 떠나기 전에 꼭 가지치기를 자주 해줘야 나무가 잘 자란다고 신신당부하셨는데. 내가 뭘 잘못한 거지?”
그리고 비서가 고장 난 만년필을 버렸더니 진시준은 마치 사람을 죽일 듯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비서는 그날 밤 쓰레기장에 가서 그 펜을 찾으려고 악취를 참으며 눈물을 흘렸다. 8년이나 쓴 펜에 뭐가 그리 대단한 가치가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밑의 사람들은 대표님 눈치를 보며 하루하루 전전긍긍했고, 정작 진시준도 기운이 없어 보였다. 2주나 휴가를 냈지만, 침실에서만 머물고 문을 나서는 일이 거의 없었다.
주미나와의 결혼이 무산된 후 진성호는 혈압이 치솟아 그를 본가로 불러들여 분명하게 따져 물을 작정이었다.
하지만 송여진은 차라리 회장님을 화나게 할지언정 대표님에게 밉보이지는 않겠다는 신념으로 온갖 핑계를 대며 상황을 모면하려 애썼다.
그러나 결국 회장님의 화만 돋우었고, 하루 안에 사람을 데려오지 않으면 당장 그만두라는 엄포까지 들었다.
하여 비서는 어쩔 수 없이 용기를 내어 진시준의 침실 문을 두드렸다.
아마도 휴식을 충분히 취해서일까, 그의 기분은 한결 나아 보였다. 전후 사정을 다 들은 진시준은 그녀를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