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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장

소지연은 정신을 차리고 억지웃음을 지었다. "응, 좋은 집 소개해 줄 수 있어? 좋기는 우리 숙모가 간섭하지 못하는 걸로." 송민우는 가운으로 얼굴의 물기를 닦았다. "널 도와주면 나한테 뭐가 좋은데?" "우리 정을 봐서라도 날 불쌍하게 여겨주면 안 돼?" 소지연은 아주 불쌍하게 말했고 송민우는 눈썹을 치켜 세웠다. "우리가 무슨 정이 있는데?" 소지연은 이를 악물었다. '독한 자본가야, 모두 이익뿐이고 감정 따위는 없네.' 송민우는 더는 대꾸하지 않고 주스를 한 모금 마시고는 다시 수영장에 들어갔다. 소지연은 한참 쳐다보더니 수영장 옆으로 걸어가 단호한 눈빛으로 수영장 안에 있는 송민우를 보며 셔츠 단추를 풀었다. "솨"하는 소리와 함께 완벽한 선이 그려졌다. 그녀는 아주 완벽한 다이빙으로 수영장에 뛰어들었다. 겉옷을 벗은 그녀는 하얀 피부를 드러냈고 가볍고 영활한 몸짓으로 빠르게 송민우를 향해 헤엄쳐 갔는데 마치 인어 같았다. 그녀가 물에 뛰어든 순간, 송민우는 바로 멈췄다. 그녀가 가까이까지 헤엄어쳐 오자 그는 멈추고는 머리를 숙여 흥미롭다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소지연은 긴 다리로 무심한 듯 그를 꼬셨다. "내가 생각해 봤는데, 우리가 그래도 정이 있는 것 같아." 송민우는 마구 휘젓는 그녀의 다리를 잡았다. "무슨 정? 잠자는 정?" 그는 그녀의 유혹에 아무렇지 않아 했다. 소지연은 그의 몸의 변화를 느끼지 않았더라면 물러설 뻔했다. 그녀는 바로 송민우의 목을 감싸고는 입을 맞췄다. 송민우는 몸이 굳어여졌고 동공이 확장되더니 수심이 점점 더 깊어졌다. 그리고 송민우가 주객전도했다. ... 송민우는 소지연한테 집을 구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시간이 걸려야 한다고 했다. 소지연도 아주 바쁜 그가 시간을 내서 자신을 도와준다는 게 이미 최대의 양보를 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며칠 뒤, 소지연은 그의 옷도 돌려줄 겸 송민우한테 밥을 사려고 했다. 전에 그녀가 옷을 드라이하러 갔는데 그제야 그 옷이 이름 있는 국제 디자이너가 직접 제작한 거라 가격이 아주 비싸다는 걸 알았다. 송민우는 이번에 아주 매너 있고 적극적으로 그녀한테 언제 시간 있는지 물었고 사람을 보내겠다고 했다. 소지연은 괜찮다고 했다. 그녀는 마침 명성 그룹 근처에 볼 일이 있었기에 일을 마치고 바로 회사에 기다리러 가려고 했다. 그녀가 혼자 오겠다고 하자 송민우도 더 말하지 않았다. 오후 4시가 지나자 소지연은 명성 그룹 건물 앞에 도착했다. 사람들을 피하기 위해 그녀는 바로 건물로 들어가지 않았고 근처에 있는 커피숍에 들어가 시간을 보냈다. 그녀가 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길 옆에 화려한 스포츠카가 세워졌고 차 번호를 본 소지연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일어서 떠나려고 했다. 고성호가 문을 열고 들어와 소지연 앞을 막아서며 세게 그녀를 잡아당겼다. "젠장, 어디로 숨으려고?" 소지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우리 할 말 없잖아." "감히 날 차단해? 너 아주 대단하더라?" 소지연이 거세게 버둥거렸지만 그를 뿌리칠 수 없었다. 고성호가 매섭게 물었다. "너랑 송민우 어떻게 된 거야? 사람들이 너희 둘이 같이 산다고 그러던데, 너 걔랑 잤어?" "너랑 상관 없잖아." 소지연도 매섭게 노려보았다. "걔랑 잤냐고 묻잖아!" 그의 소리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그들을 쳐다보았다. 소지연은 갑자기 피곤해 났다. "고성호, 재미있어? 바람피운것도 너고, 다른 여자 임신하게 한 것도 너야, 대체 지금 왜 이러는 거야?" '왜냐고?' 그 말을 고성호는 말문이 막혔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엄마가 너 만나고 싶대." 그 말을 들은 소지연은 더는 버둥거리지 않았다. 전에 고성호와 연애했을 때, 고성호의 어머니가 소지연한테 아주 잘해주었다. 소지연은 가끔 고성호 어머니가 자신을 숙모보다 더 가족처럼 대해주는 것 같았다. "엄마가 아파서 입원했어, 깨어나자마자 네가 보고 싶대." 소지연은 굳어버렸고 한참이 지나서야 말했다. "이거 놔, 내가 알아서 갈게." 고성호는 그녀를 놓아주었고 소지연은 자기 발로 조수석에 탔다. 명성 그룹 58층 대표 사무실, 송민우는 창문으로 커피숍에서 벌어진 일을 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민우야, 심씨 가문 그 미녀를 힐리우스로 데리고 갔다며? 이번에 진심이야?" 뒤에 있던 사람이 웃으며 물었다. 송민우는 아래를 빤히 쳐다보았고 화려한 스포츠카는 이미 멀어져갔다. 그는 헛웃음을 쳤다. "심심풀이야, 다른 여자들보다 재미있거든." "그런 거였어? 힐리우스는 너랑 나지아... 네 친구로서 네가 나지아한테서 벗어났으면 해, 하지만 그렇다고 소지연이랑은 엮이지 말았으면 좋겠어. 소지연은 나지아랑 더 심해." 소지연이 송민우한테 자신이 일이 생겨서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 같다고 문자를 작성하고 있었는데 상대한테서 먼저 문자가 왔다. "야근이야, 오늘 약속 못 지켜." 여전히 아무런 감정이 없는 말투였다. 소지연은 너무 우연이히라고 생각했지만 그를 의심하지 않았고 그한테 일 잘 하라고 답장했고 다정하게 밥도 잊지 말고 챙겨 먹으라고 했다. 송민우는 더는 답장하지 않았다. 고성호도 다른 짓 없이 정말 해성 제일 병원으로 향해 달렸다. 소지연은 근처에서 과일을 샀고 고성호를 따라 주원부로 갔다. 병실에 들어가자 고성호 어머니 연해리가 소지연의 손을 덥석 잡았다. "지연아, 네가 억울하다는 거 아줌마가 잘 알아..." 소지연은 얼른 말을 돌렸다. "아줌마, 어떻게 된 거예요?" 연해리는 옆에 있는 고성호를 힐끗 보았다. "너랑 저 자식 일 때문이잖아, 내가 저 자식 때문에 화가 나서 먹지도 못하고 자지도 못해서 오늘 쓰러졌어." 고성호는 찔리는 듯 코를 만지작거렸다. "몸 잘 챙기셔야죠." 소지연은 일부러 못 알아듣는 척했다. "너희들이 잘 살지 못하면 내가 마음이 안 놓여." 연해리가 계속 타일렀다. "지연아, 이번엔 저 자식이 잘못했어, 아줌마가 이미 잘 혼냈어. 그리고 그 여자한테는 아이 지우라고 할 거야. 내 동의 없이 아무도 우리 고씨 가문에 들어올 수 없어." '신인아한테 아이 지우라고 하려는 거야?!' 소지연은 깜짝 놀라 고성호를 쳐다보았는데 고성호는 아무런 이의도 없었다. "아줌마, 오해하는 겁니다, 저랑 성호는, 성호가 먼저 헤어지자고 했어요. 게다가 성호가 신인아랑 마음이 잘 맞는데, 제가 가운데 끼고 싶지 않아요." "너한테 화내는 거야, 그리고 신인아는, 성호가 한 번 취해서, 실수로 임신하게 된 거야... 마음이 맞기는 무슨, 성호 마음에는 너밖에 없어." 소지연은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 나서 고성호한테 눈치를 주었다. "아무 말도 안 할 거야?" "우리 엄마가 하는 말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 네가 나 용서해주면 우린 바로 결혼식 올릴 수 있어." 고성호의 말이 끝나자마자 병실 밖에서 커다란 소리가 들려왔다. 신인아가 얼굴이 창백해진 채로 서 있었고 발 옆에는 과일 바구니와 꽃이 있었다. 그녀는 눈물을 닦고는 도망갔다. 고성호는 낯빛이 안 좋았지만 그래도 쫓아가지 않았다. 소지연은 그제야 반응했다. '내가 아줌마 보러 왔는데 신인아도 왔다고? 이런 우연이 있어?' 연해리는 신인아를 동의하지 않았지만 아들이랑 관계가 나빠지기 싫었기에 하는 수 없이 소지연을 데려 와서 신인아가 물러서길 바랐던 것이다. 소지연은 하는 수 없이 독하게 말해야 했다. "아줌마, 나랑 성호는 이미 인연을 다 했어요. 이번에 뵈러 온 것도 성호랑 무슨 가능성이 있어서가 아니라, 제가 아줌마를 존경하고 좋아해서예요." 소지연은 그러고는 병실을 나섰다. 그녀가 나오자마자 고성호가 바로 쫓아 나와 그녀를 벽에 밀어붙였다. "소지연, 대체 왜? 송민우 때문에 그래?" "응." "송민우 마음에는 다른 사람이 있어! 너랑은 그냥 일시적으로 재미있어서 그런 거라고. 그 사람이 돌아오기만 하면 네 자리는 하나도 없을 거야." 고성호는 씩씩거리며 숨을 몰아쉬었고 눈시울을 붉혔다. 소지연은 순간 송민우가 모두를 멀리하는 차가운 모습이 떠올랐다. '마음에 다른 누군가가 있어서 다른 사람들한테 차가운 거였어. 모든 다정함은 그 사람한테 주는 거였어.' 그녀는 이상한 기분을 누르고 헛웃음을 쳤다. "그래서?" "걔는 네가 원하는 감정을 줄 수 없지만 난 줄 수 있어. 네가 나한테로 돌아오면 너랑 걔가 있었던 일을 신경 쓰지 않을게." 고성호는 애절하게 말하며 얼굴을 소지연의 어깨에 파묻고는 코끝으로 그녀의 쇄골을 비볐고 그녀가 전에 싸웠을 때처럼 마음이 약해지길 바랐다. 소지연은 짜증쯩이 났다. 그녀는 더 이상 그와 엮이고 싶지 않아 단호하게 말했다. "유치하게 굴지 마, 모두 성인인데 감정은 무슨 감정? 내가 정말 좋아해서 그러는 것 같아? 송민우의 권력, 지위가 모두 너보다 높아. 걔랑 같이 있으면 얻는 게 더 많아." 고성호는 그녀를 놓아주고는 독하게 낮은 소리로 욕했다. "나쁜 년." "난 네가 이렇게 할 정도가 못 돼." 소지연은 힘에 부쳐 말하고는 뒤돌아 내려갔다. 두 걸음 걸었는데 어둠 속에 서 있는 송민우를 보게 되었다. 그는 소지연을 빤히 보고 있었는데 눈빛에는 차가운 비웃음과 경멸이 가득했다. 그 눈빛은 바늘이 되어 소지연의 마음에 꽂혔다. 그는 우리가 조금 전에 한 말을 모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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