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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모두 나를 남자를 갖고 노는 요물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 나 소지연은 망했고 해성의 모든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됐다. 하지만 쓰레기 남이랑 헤어지던 그날 밤 연회에서, 난 해성에서 제일 고귀한 남자랑 엮이게 되었다. 이렇게 완벽한 남편한테는 치명한 약점이 있었다. 1 화려한 불빛이 비치고 향긋한 냄새가 풍기고 사람들이 가득한 연회장. 연회장의 동남쪽에서 고성호가 다가오는 소지연을 눈치채지 못한 채 미녀를 품에 안고 즐기고 있었다. "성호야, 소지연이랑 결혼 날짜 잡았다며, 축하해." "난 결혼한다고 한 적 없어, 남자랑 놀만큼 잘 놀고 이제 와서 결혼하려고 해? 생각 참 야무지게 하네." 그 말을 들은 친구는 깜짝 놀랐다. "네가 몇 년 힘들게 쫓아다녔잖아?" "애절한 척 연기한 거지." 고성호는 미녀의 허리를 감싸며 대수롭지 않아 했다. "난 수많은 남자랑 놀아난 여자랑 결혼하고 싶지 않아." 소지연은 고성호가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줄 몰랐다. 고성호는 늘 그녀 앞에서 열정적이고 충성을 표했다. 그녀는 그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지만 진지하게 대했고 이번에 약혼하는 것도 그녀가 먼저 공개한 거였다. 하지만 항상 남자한테 이별을 고했던 그녀가 이렇게 차이는 날이 올 줄 생각도 못했다. 누군가 소지연을 보고는 고성호한테 눈치를 주었다. 뜻을 알아채고 고개를 돌린 고성호, 소지연을 본 순간 얼굴에 당황함이 스쳤지만 바로 사라지더니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들었으니까 변명은 안 할게. 오늘 부른 것도 결혼소식을 공개하려는 게 아니라 헤어지려고 부른 거야. 인아가 임신해서 내가 책임져야 하거든."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놀란 눈빛도 있었지만 더 많이는 고소해하는 눈빛이었다. 소지연이 차이다니, 정말 재미있는 장면이야. 소지연의 더러운 명성으로, 해성 고씨 가문의 마음에 든 것도 이미 감지덕지해야 할 일인데, 고성호가 아니면 누가 그녈 원하겠어? 요정이면 뭐? 결국 밟혀서 바닥까지 내려갔잖아. 소지연은 담담한 표정으로 아무 반응도 없이 주위를 둘러보았고 결국 구석에 앉아 있는 잘생긴 남자한테 시선을 멈추었다. 송민우, 해성의 돈 많고 카리스마 넘치는 귀공자. 백년기업의 송씨 가문, 해성에서 제왕급의 지위가 있었는데 고씨 가문도 송씨 가문한테는 굽신거려야 했다. 그녀는 송민우한테로 걸어갔다. 소지연은 샴페인 컬러 롱 드레스를 입었고 가늘고 긴 다리가 돋보였다. 완벽한 몸매에서 뿜어나오는 아우라는 아주 우아했고 조물주가 공 들여 만든 얼굴은 놀라울 정도로 예뻤다. 송민우는 차분한 눈빛으로 그녀가 뭘 하려는지 추측하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야들야들하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송민우의 넥타이를 감고 또 감았다. 송민우는 눈을 게슴츠레 떴지만 거절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의 앞에 가까이 가서 입을 열었다. "사실 처음부터, 내가 좋아한 사람은 너였어. 하지만 고성호가 너무 질척거려서 이길 수 없었어. 이제 우린 헤어졌고, 내가 너한테 구애할 건데, 그래도 돼?" 고성호가 제일 먼저 참을 수 없었다. 그는 거의 뛰어올라 높은 소리로 소리쳤다. "소지연, 너 미쳤어? 누굴 찾더라고 민우는 찾지 말았어야지. 민우는 내 친구야, 무슨 자신감으로 민우가 네 체면 챙겨줄 거라고 생각해?" 소지연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공기 취급했다. 그녀는 반짝이는 두 눈으로 송민우를 바라보며 조용히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송민우는 눈썹을 씰룩거리더니 흥미롭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좋아, 구애해 봐, 쟤는 신경 안 써도 돼." 송민우의 말이 떨어지자 현장은 시끌벅적해졌다. 사실 소지연도 송민우가 자신한테 넘어올 거라는 확신이 없었다. 고씨 가문과 송씨 가문은 대대로 이어진 가문이었기에 송민우가 그녀를 거절할 가능성이 컸고 그렇게 되면 그녀는 정말 체면이 많이 깎이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상관 없었다. 체면 따위는 진작에 버렸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송민우를 꼬신 건 고성호한테 당한 걸 참을 수 없어서였다. 그녀는 손에 쥐었던 송민우의 넥타이를 놓고는 떠나려고 했는데 송민우가 먼저 커다란 손바닥으로 그녀의 허리를 잡고는 그녀를 다시 자기 앞으로 당기고 매력이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한테 구애한다며? 그냥 이렇게 가려고?" 소지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송민우 왜 이러는 거야? 나보다 더 적극적이잖아.' '내가 구애한다고 한 건 맞지만 지금 바로 한다는 건 아니잖아.' 하지만 사람들이 가득하기에 연기는 계속 되어야 했다. 그녀는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그의 가슴을 쓸어내리며 부끄러워했다. "여기 사람 너무 많아." "그래, 그럼 사람 적은 곳으로 가자." 송민우가 너무 다정하게 답해서 소지연도 깜짝 놀랐다. 그는 그녀를 끌어안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연회장을 떠났다. 뒤에서 고성호의 부름 소리가 들렸지만 송민우는 대꾸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연회장을 나서자마자 고성호가 쫓아 나왔다. "민우야, 장난도 정도껏 해야지." 송민우는 뒤돌아 그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넌 그냥 갖고 논 거 아니었어? 네가 먼저 쓰레기 짓 한 거니까, 남 탓하지 마. 내가 데리고 갈게." 그러고는 소지연을 데리고 떠났다. 신위 빌딩을 나서자 송민우는 건물 앞에서 담배를 피웠다. 소지연이 다급하게 말했다. "송민우 씨, 같이 연기해 줘서 고마워." 송민우의 외모랑 개인 소양은 모두 소지연이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다. 처음 송민우와 고성호를 알게 되었을 때, 그녀는 확실히 송민우한테 더 관심이 있었다. 고성호가 먼저 자신이 소지연한테 구애하겠다고 공개했기에 그의 주변 사람들이 소지연을 피했다. 아니었으면 소지연이 정말 송민우한테 애정 공세를 벌였을지도 몰랐다. 송민우는 담배 연기를 내뿜었는데 연기 사이로 보이는 예쁜 눈이 마치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정말 나한테 구애하게?" "시도해 볼 수도 있지, 나 소지연이 손에 못 넣을 남자는 없거든." 송민우는 그녀가 우스워서인지 아니면 그녀의 말이 웃겼는지 담담하게 웃었다. "날 손에 넣는 건, 어려울 텐데." "난 어려운 걸 두려워하지 않아." "그럼 먼저 성의를 보여봐." 소지연은 그를 의아하게 쳐다보았고 40분 뒤에 그가 말한 성의가 무슨 뜻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그는 그녀를 데리고 호텔로 갔다. 두 사람이 같이 호텔의 넓은 침대에 쓰러졌을 때까지도 소지연은 여전히 어리둥절했다. '뭐야?' 그녀는 구애하려는데 관계부터 맺어서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걸 들어본 적이 없었다. '순서가 좀 비논리적인데?' 그녀가 반응했을 때, 두 사람은 이미 호텔 침대에 누웠고 부드럽고 깔끔한 침대 커버에는 주름이 잡혔는데 마치 새하얀 꽃이 피어난 것 같았다. 송씨 가문 도련님 송민우가 남녀여관계에 관심이 없다고 소문이 났었다. 하지만 소지연은 그가 남자랑 놀아나기로 소문난 자신보다 훨씬 더 즐기는 것 같았다. 소지연은 사실 이번이 처음이었고 송민우가 그녀의 첫 남자였다. 즐기던 중, 송민우도 그걸 알아챘고 아주 의아해했다. "너 왜..." 소지연은 난감했지만 일부러 짜증 난 척했다. "할 거야 말 거야? 할 거면 빨리해, 난 침대에서 말이 많은 남자 별로야." 송민우는 눈썹을 치켜세웠고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뜨거운 밤을 보냈고 이튿날 점심이 거의 되어서야 소지연은 잠에서 깼다. 송민우는 보이지 않았고 그녀의 옷은 가지런하게 옆에 있는 소파에 걸려있었기에 그녀가 손만 뻗으면 가질 수 있었다. 어젯밤 그녀의 옷은 바닥에 잔뜩 널려있었는데 지금 정리되어 있는 걸 보니 송민우가 일어나서 그녀 대신 정리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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