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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장

하선재는 작은 입을 놀리며 계속 육태준을 자극했다. “아저씨 돈 때문에 나 납치한 거죠? 우리 아빤 차고 넘치는 게 돈이에요.” “난 아빠의 보물 1호고요. 나 납치한 거 정말 현명한 선택이었어요.” “...” 육태준은 말문이 턱 막혔다. “너희 아빠 그렇게 능력자인데 왜 너 하나 지켜주지 못하고 내게 잡힌 거야?” 하선재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쓰레기 아빠가 공격 좀 하네?!’ ‘완전히 볼품없는 건 아닌가 봐.’ 아이는 대답하지 않고 별안간 배를 어루만지며 미간을 확 찌푸렸다. 육태준도 아이의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왜 그래?” “배가 너무 아파요.” 하선재의 목소리가 허약하기 그지없었다. 다행히 육태준이 이번에 올 때 개인 의사도 동행했다. 의사더러 당장 차에 와서 아이를 검진해보라고 했지만 아무런 문제점도 발견하지 못했다. “대표님, 자세히 살펴보았는데 꼬마 도련님 배에 아무 문제 없습니다.” 이때 하선재가 배를 움켜쥐고 침대를 나뒹굴었다. “너무 아파, 죽을 것 같아... 엉엉...” “...” 의사는 어리둥절해졌다. 육태준도 사색이 된 아이의 얼굴을 보았는데 이건 절대 아픈 척 연기하는 게 아니었다. “차에 의료 기기가 없어서 검사해내지 못하는 거 아니야?” “그럴 가능성도 있어요.” 의사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육태준은 어느덧 눈가에 싸늘한 한기가 감돌았다. “처음엔 아무 문제 없다고 했잖아! 왜 내가 물으니까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거야?” 의사는 식겁하여 말을 잇지 못했다. 차 안에 에어컨을 틀어서 기온이 뚝 떨어졌건만 그는 너무 더워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 이때 하선재가 의사를 위기에서 벗어나게 도와주었다. “아저씨, 너무 의사 선생님 뭐라 할 거 없어요. 나 배 아픈 거 자주 있는 일이에요.” “그때마다 아빠가 내 배에 얼굴을 들이대면 고통이 싹 사라지더라고요.” “아저씨도 한번... 내 배에 얼굴을 대보시겠어요?” 육태준은 어이가 없었다. 이건 대체 무슨 치료법이란 말인가? 얼굴을 배에 들이대다니? 그가 시큰둥한 표정을 지어 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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