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장
“그래요.”
하천우는 차지욱에게 걸어가 하채원을 빼앗으려 했지만 손을 뻗자마자 큰 힘에 밀려났다. 차지욱은 아예 그를 향해 발길을 날려 땅에 쓰러뜨렸다.
하천우는 큰 소리를 내며 한참 떨어진 곳에 쓰러져 가슴팍을 누른 채 말을 잇지 못했다.
이런 상황을 본 최미영은 황급히 아들을 부축하러 가서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며 말했다.
“네가 감히 내 아들을 발로 차?”
하채원을 안고 있는 차지욱의 잘생긴 두 눈이 한기로 가득 찼는데, 그 순간 빗물이 머리카락을 따라 조금씩 떨어졌다.
그는 두 사람 앞에 와서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 저승사자처럼 또박또박 말했다.
“죽고 싶어?”
최미영과 하천우는 눈앞에 있는 남자의 기세에 놀라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차지욱은 하채원을 안고 가며 최미영에게 귀띔했다.
“하채원의 유언에 따르면 녹음 하나 남겼대요. 그 녹음 중 당신이 하채원과 아무 관계도 없다고 약속했다는데 설마 잊은 건 아니겠죠?”
하채원은 죽더라고 그녀의 딸이 되고 싶지 않았다...
하채원은 녹음이 법적 효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녹음으로 모녀 관계를 끊을지를 결정짓지 못한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
최미영은 체면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녹취록이 나오면 그녀는 영원히 딸을 죽게 했다는 죄명을 갖게 될 것이다.
차지욱의 협박에 최미영은 상처 입은 아들 하천우를 데리고 허둥지둥 자리를 떴다.
차에 올라타 사이드미러를 사이에 두고 하천우의 품에 안긴 딸을 바라보는 최미영의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 들어갔다.
“엄마가 모질다고 탓하지 마. 네가 쓸모없어서 육태준의 마음을 못 잡은 걸 탓해. 지금 이 결과는 모두 네가 자초한 거야.”
그 순간 통증을 느낀 그녀는 이내 냉정함을 되찾았다.
딸의 죽음보다 지금 이 사장님께 이유를 말씀드리는 것이 더 중요했다.
차지욱은 하채원을 안고 인근 병원으로 달려가 하채원이 수술실로 듣는 것을 지켜봤다.
수술 중이라는 빨간 세 글자에 가슴이 꽉 조이는 느낌이 들어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수술이 한 시간 정도 이어지자 의사가 급히 가족을 찾았다.
“환자의 상태가 낙관적이지 않은데 가족은 어디에 있어요?”
차지욱은 가슴이 답답하다.
“하채원이... 어떻게 됐어요?”
“환자의 가족이에요? 죄송하지만 고지서에 서명해 주세요. 환자는 되돌릴 수 없을지 몰라요...”
의사의 대답에 차지욱은 목이 조여오는 듯하더니 원래 있던 온화함이 사라지고 흉악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는 미친 듯이 의사의 옷깃을 꽉 잡고 소리쳤다.
“그런 말이 어디 있어? 살려내지 못하면 병원 전체가 함께 묻힐 줄 알아!”
말을 마친 그는 의사를 잡은 손을 풀었다.
의사들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단현시의 유명 의학 전문가들이 흰 가운을 입은 채급히 달려왔다.
그들은 차지욱을 보고 허리 숙여 인사했다.
“차지욱 씨.”
차지욱은 덤덤히 한마디만 했다.
“반드시 구해.”
“네.”
그제야 아까 그 의사는 병원에 대단한 사람이 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편, 육진 그룹.
육태준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김도영도 오늘이 무슨 날인지 기억하고 물었다.
“오늘 마지막 이혼 절차를 밟는다며?”
육태준은 서류를 뒤지다가 손을 멈칫하고 미간을 찌푸렸다.
“안 가.”
“왜?”
김도영은 계속 캐물었다.
육태준은 속으로 좀 답답했지만 입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했다.
“하채원이 후회해서 새벽에 안 간다고 했어.”
김도영은 여세를 몰아 한쪽 소파에 앉아 어깨를 으쓱하며 비꼬았다.
“그 난청 환자가 그렇게 만만하지 않을 줄 알았어. 지난 며칠 아닌 척 하더니. 정 안 되면 이혼 소송이라도 제기해...”
‘계속 난청 환자라 부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