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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장

5월 중순이 되자 남부 지역에서는 종종 폭우가 쏟아졌다. 퇴원한 후에도 차지욱은 하채원을 찾아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약을 먹은 후유증 때문인지 하채원의 건강은 전보다 더 나빠졌지만 정신 상태는 오히려 좋아졌다. 음식을 먹지 못하더라도 억지로 많이 먹으려 했다. 차지욱과 함께 있을 때 그녀는 단 한 번도 육태준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마음에 묻은 지 오래되어 언급하는 것조차 아팠던 하채원은 친구에게 자신의 부정적인 정서를 전하기 싫었다. 다만 혼자 있을 때 육태준의 카톡 프로필 사진을 보며 멍해 있었다. 그녀는 어떻게 이혼에 관해 언급해야 할지 몰랐다. 이날 밖에서 식거리를 산 하채원이 돌아가려고 할 때 누군가가 그녀의 앞길을 막아섰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끼고 긴 머리를 어깨에 늘어뜨린 배다은이 화려한 긴치마를 입고 하이힐을 신은 채로 그녀 앞에 나타났는데 기세가 등등했다. “채원 씨, 당신 어머니는 당신이 죽지 않은 걸 알아요?” 배다은은 눈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하채원은 이곳에서 배다은을 만날 줄 몰랐다. 두 사람은 조용한 카페를 찾아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콩알만 한 빗방울이 창문을 내리치고 있었다. 배다은은 마스크를 벗으며 정교하게 생긴 얼굴을 드러냈다, “걱정하지 마세요. 도영 씨가 그러는데 하천우가 이 사장이 준 돈을 가지고 어머니와 함께 외국으로 도망갔대요. 앞으로 더는 채원 씨를 귀찮게 하지 않을 거예요.” 하채원은 이미 차지욱에게서 이 소식을 들었었다. 최미영과 하천우는 자신이 약속대로 이씨 가문에 시집가지 않자 보복당할까봐 두려워 이튿날에 해외로 도주했다. 한때 부자였던 하씨 가문이 600억 때문에 상갓집 개가 되리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하채원은 차분하게 듣다가 물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어요?” 배다은의 시선은 아직 불러오지 않은 하채원의 아랫배로 향하더니 손바닥을 꼬집으며 하채원의 현재 상황을 모르는 척 물었다. “말해보세요. 어떻게 해야 태준 씨를 떠날 거예요? 원하는 숫자만큼 말해요.” 배다은의 당당한 말투에 하채원은 피식 웃음을 날렸다. 하채원은 담담한 눈빛으로 배다은을 똑바로 바라봤다. “나와 태준 씨는 결혼한 지 3년이 되었어요. 부부 공동 재산이 적어도 몇천억에 달하는데 당신은 얼마를 줄 수 있죠?” 아무리 이름이 있는 스타라고 해도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돈을 내놓을 수 없었다. 게다가 배다은은 해외를 다녀왔을 뿐 솔직히 실속은 별로 없는 사람이었다. 배다은은 그녀의 경멸하는 눈빛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하긴, 눈앞의 이 여자는 한때 하씨 가문에서 가장 사랑받는 딸이었고 돈은 예전의 그녀에게 있어 숫자일 뿐이었다. 당시 하씨 가문의 어르신, 즉 하채원의 할아버지는 단현시의 갑부로 불렸다. 그러나 지금의 하채원은 아무도 원하지 않는 버려진 여자에 불과하다. 이런 생각에 마음이 편해진 배다은은 입꼬리를 씩 올리며 말했다. “누가 나한테 당신을 찾아오게 했는지 모르죠? 태준 씨 어머니께서 당신이 떠나기만 한다면 돈은 상관없다고 했어요. 거지에게 보태준다고 생각한대요.” ‘거지...’ 하채원은 고설희가 그때 자신이 육태준과 결혼하기를 바라며 자기 비위를 맞추며 하던 말이 떠올랐다. 하씨 가문의 딸만이 육태준과 어울리며 또 하채원을 친딸처럼 대하겠다고 했다... 갑자기 하채원은 이런 억울함을 당하기 싫었다. “그럼 돈을 가져온 후 얘기하세요.” 고설희가 돈을 주지 않을 것이 뻔했다. 커피숍을 떠날 때 하채원의 귓가에 배다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은 반드시 후회할 거예요.” 집에 돌아온 후 하채원은 한밤중에 전화 소리에 잠이 깼다. 전화를 받자 육태준의 차가운 목소리가 휴대전화에서 들려왔다. “널 잘 못 봤네. 말해봐, 몇억을 원해? 며칠간 잠적을 감추더니 겨우 이런 수작을 생각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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