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장
서지훈은 한편으로 말을 걸며 다른 한편으로 강아영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러나 이런 애정 어린 행동이 강아영은 익숙하지 않았다.
26세, 사랑에 푹 빠져 지낼 나이는 지난지 오래였다.
즐거워보이는 듯한 서지훈과 달리 강아영의 기분은 그리 좋지 않았다. 그녀는 검정 V넥 넉넉한 스웨터 안에 같은 색상의 이너를 레이어드한 차림으로 아주 깔끔하고 세련되어 보였지만 동시에 거리감을 느끼게 하는 차가운 모습이었다.
서지훈은 옆에 앉아 강아영을 자신의 품에 끌어안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왜 그래? 일 하는 데서 뭐가 잘 안 풀려?”
이 순간 서지훈은 매우 자상한 남편처럼 강아영의 기분을 위로하고 있었다.
“일 때문이 아니에요. 당신 때문이지.”
강아영이 이렇게 말하자 서지훈은 잠시 멍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조금 전 서지훈이 들어왔을 때 보였던 미소를 여전히 유지한 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릎에 앉은 강아영과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인제야 서지훈은 그녀의 눈웃음이 진심이 아님을 알아차렸다.
“나? 너 데리러 가지 않았다고 화난 거야?”
“먼저 밥부터 먹어요.”
이렇게 말하면서 강아영은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서지훈은 강아영의 허리를 잡고 무감정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왜 그래? 들으면 내가 밥도 못 먹을 것 같은 일이야?”
그러자 강아영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맞아요.”
“도대체 또 왜 이래?”
그의 ‘또’라는 말에 강아영은 웃음을 지었다.
강아영에게 조금이라도 애정이 있다면 서지훈은 ‘또’라는 말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정말이지 이 저녁 식사 자리가 불필요하게 느껴질 만한 말이었다.
“또... 이혼하고 싶어졌어요.”
강아영이 그에게 맞춰 말했다.
차가워진 안색으로 서지훈은 식탁에 놓인 음식을 쓱 훑어보았다.
‘설마 이별 식사 자리였던 거야? 굳이 왜 이런 자리까지... 참 대단하네.’
영라성에 있을 때 강아영은 비록 열정적이진 않았지만 순종적이었고 서지훈이 자신을 안는 것도 허용했었다. 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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