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2장
답안이 뭔지 다 알고 있었지만 안지은은 기어코 묻고 싶었다.
윤민성은 그런 안지은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그건 나도 어쩔 수 없다는 거 알잖아.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거 아니야?”
안지은은 이 말에 상처받을 수밖에 없었다.
‘알고 있었던 거 아니냐니...’
이 말은 안지은이 주제도 모르고 제멋대로 생각했다는 말처럼 들렸다. 분위기는 점점 최악으로 번져가고 있었다.
윤민성이 한숨을 내쉬더니 안지은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이 얘기는 이쯤 하자. 앞으로 잘해주겠다고 약속할게.”
안지은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더니 한걸음 뒤로 물러서며 거리를 유지했다. 잘해준다면서 다른 사람과 약혼한다는 게 맥락이 전혀 맞지 않았다.
안지은은 짐과 가져온 책 몇 권을 가지러 갔다. 정말 더는 한마디도 섞고 싶지 않았다.
윤민성은 안지은이 계속 심술을 부리자 인내심이 닳았는지 안색이 굳어졌다.
안지은이 문 쪽으로 걸어가는데 윤민성이 불러세웠다.
“지은아, 지금 가면 5년 전처럼 너를 다시 찾는 일은 없을 거야.”
이대로 가면 정말 다시 윤민성을 못 볼 수도 있다.
안지은은 고개를 돌렸다. 윤민성은 현관으로 향하는 복도 끝에 서 있었다. 불빛이 윤민성을 비추자 반짝반짝 빛나는 게 너무 예뻤다.
기다란 체구와 잘생긴 얼굴, 한때 안지은이 푹 빠졌던 것들이었다.
안지은은 코끝이 찡해 났지만 그저 웃으며 아무 말 없이 집을 나섰다.
윤민성은 떠나가는 안지은의 뒷모습을 보며 눈빛이 차가워졌다. 인내심은 진작에 바닥난 상태였다.
‘저렇게 사리 판단이 안 돼서야.’
그래도 성큼 뒤따라가 안지은이 엘리베이터에 오르려는 순간 팔을 잡았다.
안지은이 발버둥 치자 윤민성은 단번에 그녀의 턱을 꽉 부여잡았다. 안지은은 머리가 헝클어진 채로 억지로 고개를 들어 윤민성을 올려다볼 수밖에 없었다.
안지은은 이내 반항하는 걸 포기하고 윤민성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용건이 남았어?”
“갈 거면 가겠다고 말하고 가.”
안지은의 눈물이 두 볼을 타고 윤민성의 손등에 떨어졌다. 하지만 말투만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