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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탐내다너를 탐내다
에:: Webfic

제1장

오늘은 아티스트 홀에서 보석 경매가 열리는 날이다. 그리고 강아영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자신의 애인을 대동한 채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남편 서지훈을 발견했다. 남편의 애인은 누가 봐도 아름답고 우아한 여자였다. 백설 공주의 현신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새하얀 피부는 마치 하늘의 걸린 달처럼 반짝였다. ‘눈이 높은 줄은 알았지만... 안목 하나는 끝내주네.’ 이젠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했건만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왠지 코끝이 찡하게 저려왔다. 강아영과 함께 온 친구가 그녀의 팔을 잡아당겼다. “너는 그냥 여기 있어. 내가 대신 낙찰받을게.” 하지만 강아영은 씁쓸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저었다. 별 감정없는 남편의 밀회 현장을 마주치는 것쯤이야 별일 아니다 싶었다. 그건 서지훈 본인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이 상황에서 와이프를 마주쳤으면 당황이라도 할 법한데 그의 눈동자는 마치 모르는 사람을 바라보듯 여전히 차갑기만 했다. 결혼 생활 동안 단 한 번도 그녀를 아내 취급하지 않은 사람이니 그러려니 싶었다. 친구와 함께 경매장으로 들어간 강아영은 정해진 자리에 착석했다. 우연인지 악연인지 서지훈의 자리는 바로 그녀의 앞줄이었다. 애인으로 보이는 여자는 앉자마자 그의 어깨에 기대었다. 하지만 강아영은 두 사람의 애정행각에 흔들리지 않았다. 오늘 그녀가 여기 온 건 마음에 드는 브로치 하나를 낙찰받기 위해서였다. 경매 예고 때부터 마음에 쏙 든 브로치로 깃털 두 개가 겹쳐진 모양에 황금, 다이아몬드, 블루 사파이아가 겻들어진 클래식한 디자인으로 심플하면서도 화려함을 잃지 않는 것이 엄마에게 선물로 주면 딱이겠다 싶었다. 입찰이 몇 라운드 이어지고 다른 명문가 사모님들은 강아영이 입찰에 나서자 패션 기업 젊은 CEO인 그녀의 체면을 살려주려고 그러는 것인지 더는 경쟁에 참여하지 않았다. 경매사가 경매가 15억을 발표하려던 그때, 서지훈의 어깨에 기대어 있던 여자가 번호판을 들었다. 강아영이 미간을 찌푸리자 옆에서 보다 못한 친구가 가격 경쟁에 참여했다. 강아영의 친구가 한 번 나서면 서지훈의 애인도 뒤지지 않고 번호판을 든 탓에 어느새 가격은 18억대로 치솟았다. 표정이 살짝 어두워진 강아영이 핸드백에서 휴대폰을 꺼내 서지훈에게 문자를 보냈다. [나 저 브로치 필요해요.] 하지만 서지훈은 휴대폰을 꺼내 힐끗 확인만 했을 뿐 여자를 막지 않았다. 한숨을 내쉰 강아영이 또 문자를 한 통 보냈다. [진짜 나한테 중요한 브로치라고요.] 하지만 이번에 서지훈은 아예 휴대폰을 꺼내지도 않았다. 1분 1초 시간이 흘러가며 강아영이 조용히 품었던 희망 역시 빛을 발해 갔다. 서지훈과 그녀가 결혼한 지도 벌써 올해로 3년째였다. 하지만 혼인신고를 마치고 1주일 만에 서지훈은 해외로 거처를 옮겼고 그나마 1년에 몇 번 돌아왔다는 소식도 와이프인 그녀가 가장 마지막으로 알곤 했다. 마치 오늘처럼 이곳에서 우연히 마주치지 않았다면 강아영은 남편이 귀국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 자신의 거취조차 알리지 않는 남편이 그녀를 도와줄 리가 없는데 잠깐이나마 기대를 했던 자신이 우습게 느껴졌다. 피식 웃던 그녀는 다른 사람에게 문자를 보냈다. 잠시 후, 잠깐 밖으로 나가 전화를 받고 들어오던 서지훈은 칼날처럼 매서운 눈으로 그녀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강아영은 흔들리지 않았다. 이 브로치는 그녀의 아버지가 남긴 유품이었고 무슨 일이 있어도 낙찰받고 싶었기에 시어머니한테까지 연락을 한 것이었다. 하지만 사태는 그녀의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서지훈이 자리로 돌아오자 옆자리에 앉았던 여자는 바로 40억으로 가격을 올렸다. 해성시에서 서지훈과 돈으로 상대가 될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의 차가움과 무시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행동에 강아영의 가슴은 또 무참히 찢어졌다. ... 경매가 끝나고 강아영은 서지훈에게 다가갔다. 울화가 치밀었지만 그녀는 최대한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 “브로치 그냥 나한테 양보해 주면 안 돼요? 내가 경매가 2배로 줄게요.” 한편, 워낙 키가 큰 서지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강아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와이프 강아영은 누가 봐도 대단한 미인이었다. 흰 피부에 아무렇게나 풀어헤친 듯하지만 윤기 나는 머리가 매력적인 여자였다. 그리고 살짝 고개를 들고 똘망똘망한 눈으로 누군가를 쳐다볼 땐 사람들의 마음을 약해지게 만드는 여자기도 했다. 서지훈은 3년 전, 이와 똑같은 눈빛으로 그의 부모님에게 말하던 강아영의 모습을 떠올렸다. “지훈 씨 저한테 주시면 안 될까요?” 여기까지 떠올린 서지훈의 표정은 더 어두워졌다. “그런 표정 통하는 건 한 번뿐이야.” 단호한 표정에 강아영의 얼굴이 살짝 창백해졌다. ‘내가 괜히 저 여자한테서 빼앗는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3년 전 그 결혼처럼?’ “그런 게 아니라...” 하지만 서지훈은 그녀의 변명 따위 듣고 싶지 않다는 듯 주최 측이 건넨 액세서리 상자를 들고 돌아섰다. 다급해진 그녀가 서지훈의 팔을 덥석 잡았다. “그거 우리 아빠 유품...” 하지만 뼛속 깊이 새겨진 증오의 시선이 팔을 잡은 손가락에 닿았다. “이거 놔!” 그 시선에 강아영은 3년 전 혼인신고를 하던 날을 떠올렸다. 정식으로 부부가 된 날, 하늘로 날아갈 것 같던 강아영과 달리 서지훈은 그날도 이런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었다. “부부라는 법적 증명서 말고 네가 가질 수 있는 건 없을 거야. 내 몸도 마음도 네 게 아니니까 착각하지 마.” 그리고 서지훈은 자신의 뱉은 말을 지금까지 기가 막히게 지켜냈다. 한편, 강아영도 그를 놓아주고 싶었지만 힘들게 찾아낸 아버지의 유품이었고 엄마에게 위로가 될 거란 생각에 포기할 수가 없었다. 최대한 감정을 억누르며 그녀가 애원했다. “지훈 씨, 제발...” 하지만 서지훈은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나도 이렇게 애원했었잖아. 강아영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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