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장
그녀가 일부러 목소리를 높였음에도 서지훈의 표정은 딱히 바뀌지 않았다.
그저 힐끗 바라볼 뿐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친절했다.
“그래서 홍보대사 일 하고 싶어?”
수화기 저편의 이지원이 잠깐 침묵했다.
“아니야. 괜히 오빠한테 민폐 끼치고 싶지 않아.”
서지훈의 입장을 생각해 주는 그 말투는 왠지 이지원이 서지훈의 와이프고 강아영이야말로 두 사람 사이에 낀 상간녀인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강아영은 픽 헛웃음을 지었다.
‘이지원... 이 여자 보통이 아니네.’
생각해 보면 이번이 두 번째 대화였다.
처음은 경매가 있던 그날 밤, 서지훈에게 이혼 얘기를 꺼내기 위해 밤새 기다렸지만 새벽이 다 되어도 오지 않는 그에게 강아영은 전화를 걸었었다.
그리고 그때 전화를 받은 게 바로 이지원이었다.
“죄송해요, 아영 씨. 지금 오빠가 전화를 받기엔 좀 힘든 상황이라. 오빠한테는 내가 전해 줄게요.”
선을 지키는 예의 바른 말투의 이지원은 애인이 아닌 친절한 비서에 더 가까웠다.
하지만 새벽에 남편 대신 받은 전화가 강아영은 달가울 리가 없었다.
이 시간에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건 곁에서 잠든 것이거나 샤워 중이란 얘기일 것이다.
그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눈앞에 선한 듯해 강아영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었다.
서지훈은 여전히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달랬다.
“홍보대사에 관한 건 내가 아영이한테 얘기할게. 이만 끊자.”
통화를 마친 서지훈은 여전히 어림도 없는 힘으로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애쓰는 강아영을 바라보았다.
서지훈의 손가락이 그녀의 턱에 살짝 닿았다. 묘한 스킨십과 눈빛에 방금 전 애인과 전화했던 게 전부 허상인가 싶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날 진짜 무시하고 있네. 이딴 식으로 가지고 놀아?’
하지만 서지훈은 화난 강아영은 안중에도 없는 듯 미소를 지었다.
“기분 제대로 정리해. 다음에 또 이딴 식으로 나오면 그땐 정말 안 봐줄 거니까.”
마지막으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은 서지훈이 말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강아영이 그의 뒷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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