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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장

“엄마!” 예상치 못한 전개로, 앞서가던 강하성이 갑자기 뒤돌아 박정원의 말을 끊었다. “할아버지 상태는 어때요?” “의사 선생님도 아직 위층에 계셔. 아마 곧 내려오실 거야.” 박정원은 차갑게 임서우를 한 번 쳐다보며 말했다. “너! 알아서 잘하는 게 좋을 거야!” 임서우는 박정원을 무시했다. 어차피 곧 강하성과 이혼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더 이상 강씨 가문의 사람들에게 치이지 않아도 될 것이었으니까... 세 사람은 거실에서 잠시 기다렸다. 그때 키가 큰 남자가 밖에서 들어왔다. 남자는 회색과 흰색이 섞인 캐주얼한 옷차림으로, 나이는 삼십 대 초반으로 보였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에서 돈의 향기가 풍겼다. 이 남자는 강주호의 막내아들이자, 강하성의 작은 삼촌인 강이준이었다. “형수님, 잘 지내셨어요?” 강이준은 문에 들어서자마자 박정원에게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했다. 박정원은 입꼬리를 살짝 당기며 대꾸하지 않았다. 그녀는 강이준을 좋아하지 않았고, 심지어 혐오하기까지 했다. 그녀의 눈에 강이준은 한량 같은 존재로, 쓸모없는 사람이었다. 강이준은 박정원의 태도에 익숙해져 있어 개의치 않고 소파에 앉았다. “하성아, 잘 지냈어? 서우야, 너희도 왔구나.” 그는 턱을 쓰다듬으며 위층을 한 번 쳐다봤다. “아버지 상황이 안 좋은 것 같네...” “그런 말은 입 밖으로 꺼내지 마세요.” 박정원이 강이준을 나무랐다. 하지만 강이준은 여전히 개의치 않고 어깨를 으쓱하며 웃었다. “형수님, 생로병사는 자연의 섭리잖아요. 누구나 피할 수 없으니, 마음을 좀 편히 가지세요.” 박정원은 그를 노려보며 본가로 불러들인 것을 후회했다. 그러나 조금 전 강주호의 상태는... 이때 강주호의 개인 주치의가 드디어 위층에서 내려왔다. 박정원과 강하성, 임서우는 곧바로 일어나 다급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오직 강이준만 여전히 소파에 느긋하게 앉아 있었다. “상태가 어떻습니까?” 박정원이 물었다. 강주호는 그녀에게 시아버지이자 스승이며, 심지어 남편보다 더 중요한 존재였다. 그녀는 강주호가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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