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5장

갑자기 경적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 보니 강하성의 차였다. 차창이 천천히 내려가고 넋을 잃게 하는 잘생긴 옆모습이 드러났다. “차에 타!” 임서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됐어요.” 임서우는 힘겹게 걸음을 옮겨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사랑도 없는데 강하성의 측은지심 따위는 필요 없었다. 그런데 차는 계속 임서우를 따라왔고 짜증 섞인 강하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빨리 타!” “됐다니까요!” 임서우는 멈춰 서서 강하성을 향해 소리쳤다. “내가 차에 타면 나를 사랑해 주고 나랑 이혼 안 할 거예요?” “안 그럴 거잖아요! 그러니까 날 신경 쓰지 마요. 날 불쌍하게 여길 필요 없어요!” 임서우가 눈물을 흘리며 소리치자 강하성은 당황했다. 곧 강하성은 화가 난 임서우가 터벅터벅 걸어가는 것을 눈으로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임서우가 이렇게 고집이 센 사람일 줄은 처음 알았다. “대표님?” 육정인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계속 따라갈까요?” “내가 불쌍하게 여길 필요 없다고 말하는 거 못 들었어?” “알겠습니다.” 그러자 육정인은 목을 움츠리고 최대한 숨을 작게 쉬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낮췄다. 임서우는 울면서 걸어갔다. 강하성이 자신을 불쌍히 여길수록 정말로 가여운 존재가 되는 듯했다. 그런데 뒤에서 다시 경적 소리가 들려왔다. “귀먹었어요?” 임서우는 고개를 돌려 욕설을 퍼부었다. 그런데 육정인이 운전석에서 목을 내밀었다. “서우 씨, 타세요.” 육정인 아주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대표님 차에 안 계세요.” ‘대표님은 역시 대표님이야. 이해력이 뛰어나시다니까. 서우 씨가 대표님이 불쌍히 여길 필요가 없다고 하니까 나는 그래도 된다고 하시다니. 게다가 서우 씨가 차에 타지 않으면 끝까지 따라가라고 하셨어.’ 임서우는 무시하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그래서 육정인은 뒤에서 차를 몰고 따라가며 애원했다. “서우 씨, 어서 타세요. 제가 모셔다드릴게요.” “서우 씨, 날도 어두운데 여기 택시 잘 안 잡혀요. 그러니까 타세요.” “서우 씨, 저를 불쌍히 여기시고 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