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9장

오후 4시. 강재하는 시간 맞춰 임서우를 데리고 강씨 저택으로 향했다. 집에 들어간 임서우는 방정원과 임예지가 거실에 앉아있는 것을 보고는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건넸다. 어머님이라는 호칭은 차마 부르지 못했다. 의외인 점은 박정원이 나서서 임서우를 쫓아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강재하 덕분이라는 것을 아는 임서우는 그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일단 위층에 가서 할아버지께 인사드려. 하성이도 위에 있어.” 강재하가 임서우를 데리고 위층으로 향했다. 임예지는 임서우가 위층으로 올라가는데도 박정원이 가만히 있자 낮은 소리로 물었다. “임서우가 왜 왔어요?” “재하 뜻이야. 재하는 하성이가 이혼하는 걸 원치 않거든.” 박정원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사실 그녀 역시 마음이 흔들렸다. 강하성이 아이를 싫어하는 태도가 너무 견고했기 때문에 만약 임서우를 내쫓는다면 아이를 지워버릴까 두려웠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박정원이 임예지를 향해 물었다. “예지야. 너... 하성이와 스킨십은 하니?” 임예지가 얼굴을 붉히며 답했다. “그럼요. 서로 사랑하는 연인인데. 당연히 스킨십 하죠.” “그럼...” 박정원이 기침을 한 번 하고는 한껏 낮은 소리로 물었다. “잠자리 가질 때 콘돔은 사용하고 있어?” “아주머니!” 임예지의 얼굴이 터질 듯 빨개졌다. 그녀가 쑥스럽게 물었다. “그런 건 왜 물어요?” 임예지는 박정원이 아이를 원한다는 것을 알고는 답했다. “하성 씨... 콘돔 싫어해요.” 박정원이 시름을 놓았다. 강하성이 피임을 하지 않는다면 임예지 역시 임신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임예지는 줄곧 박정원의 안색을 살피며 말했다. “하지만 걱정 마세요. 결혼 전에 아이를 가지는 일은 없을 거예요.” 역시나 박정원이 불만인 듯 말했다. “아이가 있으면 누가 너희의 결혼을 반대하겠어?” 임예지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이라고?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우선 그녀와 강하성은 잠자리를 함께 한 적이 없었다. 키스도 하지 않았다. 또한 강하성의 눈에 그녀는 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