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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장

임서우는 친구도 얼마 없고 특히 결혼한 1년 동안은 오직 김은아랑만 몇 번 연락했었다. 대체 누가 그녀를 해치려는 걸까? 그녀를 해칠 사람들은 오직 임예지의 몇몇 친구들뿐이었다! 환영회를 하던 날 임서우는 사진을 몇 장 찍었는데 그 안에 그녀들이 다 있었다. 하지만 일일이 장하영에게 보여줘도 죄다 머리를 내저으며 부인했다. 결국 임서우는 임예지의 사진을 꺼내 불안한 듯 장하영에게 보여줬다. “이 사람이에요?” 장하영은 살짝 표정 변화를 일으켰지만 곧바로 고개를 내저었다. “그때 그 여자가 선글라스를 껴서 어떻게 생겼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임서우는 그녀가 임예지의 사진을 몇 번이고 흘겨보는 걸 바로 캐치했다. 실로 수상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임예지는 그녀를 해칠 이유가 없다. 장하영은 그녀가 넋 나간 틈에 재빨리 일어나서 도망쳤다. 멀리 도망친 후 돌아서서 임서우에게 말해줬다. “상대는 돈과 권력을 다 가졌어요. 당신은 맞설 능력이 없으니 얌전히 사직이나 해요.” 임서우는 의미심장한 눈길로 장하영이 사라질 때까지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녀는 휴대폰을 들고 임예지의 사진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며 이유 모르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니야.’ ‘그럴 이유가 없잖아.’ 그녀는 다시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방금 장하영을 찾아와 대치할 때 그녀는 몰래 녹음했었다. 이 녹음이 있으면 그녀가 모함을 당했다는 것도 증명할 수 있다. 임서우는 제일 먼저 이 녹음을 임예지에게 보내주려 했지만 곧바로 생각이 바뀌었다. 그녀는 결국 이연아에게 보내기로 했다. 출근 시간을 놓친 바람에 임서우는 줄곧 회사 밖에서 퇴근 때까지 기다리고 나서야 이연아를 만났다. “왜 또 왔어요?” 이연아는 싸늘한 눈길로 그녀를 째려보며 걸음을 다그쳤다. “매니저님, 어제 일은 제가 모함을 당한 겁니다.” 임서우는 부랴부랴 쫓아가며 말했다. “여기 녹음 파일이 있는데 한번 들어보세요.” “관심 없어요.” 이연아는 점점 더 빨리 걸어갔다. 임서우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쫓아갔다. “매니저님은 장하영 씨 의심한 적 없어요? 딱 봐도 부자가 아니잖아요. 누군가가 돈으로 매수한 거예요.” 이연아는 대뜸 걸음을 멈췄다. 장하영이 설마 벼락부자가 아닌 걸까? “오늘 아침에 볼 때 수수한 옷차림으로 길옆에서 택시를 잡고 있더라고요. 하도 수상해서 따라가 봤어요.” “그랬더니 결국 낡고 초라한 단지에서 사는 거 있죠. 애초에 부자가 아니라니까요.” 임서우는 휴대폰을 건네며 말을 이었다. “제가 장하영 씨랑 대치할 때 몰래 녹음한 거예요.” 이연아는 반쯤 의심하는 태도로 휴대폰을 건네받고 그 녹음을 틀었다. 곧이어 그녀는 못 믿겠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 녹음 서우 씨가 날조한 건 아니죠?” 임서우는 이제 막 피어오르는 새싹 같은 수수한 디자이너인데 뭣 하러 이토록 머리를 쥐어짜면서까지 그녀를 해칠까? “매니저님이 저한테 편견 있으신 건 저도 알아요. 하지만 하늘에 맹세코 절대 그 누구도 표절한 적 없어요. 여태껏 단 한 번도 없다고요.” 이연아는 실소를 터트렸다. “서우 씨, 제가 바보로 보여요?” 임서우는 그녀가 지금 본인이 면접 때 들고 온 작품을 말하고 있다는 걸 잘 안다. 그 그림들은 전에 임예지에게 반드시 비밀로 해주겠다고 약속했으니 딱히 더 해명하지 않았다. “됐고, 이 일은 제가 위에 보고드릴 겁니다.” 이연아는 휴대폰을 임서우에게 돌려줬다. “일단 돌아가서 연락 기다려요.” 임서우는 순간 희열이 감돌았다. “고마워요, 매니저님.” “아 참, 매니저님.” 그녀가 또다시 이연아를 불러세웠다. “임 팀장님은 돌아왔나요?” “임예지 씨요?” 이연아는 미간을 확 구겼다. “오늘 아침에 막 도착했어요.” 그녀는 불쑥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서우 씨 설마 지금 팀장님이 모함했다고 의심하는 건 아니죠?” 임서우는 황급히 고개를 내저었다. “당연히 아니죠.” “그러길 바랄게요. 팀장님이 없었다면 서우 씨는 진작 쫓겨났을 겁니다.” 이연아는 이 말만 남기고 바람처럼 사라졌다. 장하영이 사진을 봤을 때 반응은 확실히 의심스러웠고 요즘 발생한 일들을 쭉 살펴보면 왠지 보이지 않는 손이 조종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집에 돌아간 후 임서우는 일의 자초지종을 김은아에게 낱낱이 알려줬다. “내가 말했지. 임예지 걔 나쁜 년이라고!” 임서우는 머리가 터질 듯 복잡했다. “은아야, 나도 사실 생각지 못했는데 장하영이 그 사진 볼 때 반응이 좀...” “알았어 서우야. 일단 그만 생각하고 회사 연락이나 기다려.” 임예지를 의심하는 자체가 그녀에겐 너무 괴로운 일이란 걸 김은아는 누구보다 잘 안다. 다음날 점심 임예지한테 전화가 걸려왔다. “축하해 서우야. 일 다 해결했어. 이젠 돌아와서 출근하면 돼.” “정말?” 임서우는 너무 기뻤다. “고마워 언니.” “사실 나도 딱히 한 건 없어. 네가 제공한 녹음 파일 덕분이야.” 임예지가 먼저 그 녹음 파일을 언급할 줄이야. “널 해친 자가 누군지 기어코 안 말했어?” 임예지가 씩씩거리며 물었다. “오후에 나랑 함께 또 장하영 씨 만나러 가.” “응?” 임서우는 자책감이 들었다. 임예지를 의심할 게 아닌데... “그런 거로 하고 집에서 기다리고 있어.” 임서우는 얼른 거절했다. “아니 괜찮아. 거기 아파트 단지가 너무 커서 어디 사는지 정확히 나도 잘 몰라. 게다가 인제 다 들통났으니 진작 도망쳤을 거야.” “에휴!” 임예지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 당시에 경찰에 신고했어야지.” “이런 사적인 일은 경찰을 불러와도 소용없을 거야.” 임서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녀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 후에야 전화를 끊었다. 그녀는 자괴감에 몸 둘 바를 몰랐다. “은아야, 나 너무 비겁하지?” “요즘 일이 너무 많아서 네가 예민해진 걸 거야.” 김은아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몰래 생각했다. ‘또 다른 경우라면 임예지가 너무 사악해서겠지...’ 김은아는 임서우에게 한 마디 더 충고했다. “어찌 됐든 이번에 회사 돌아가면 배로 조심해야 한다 너.” 다음날 임서우가 회사로 복귀했다. 이연아는 그녀를 대하는 태도가 조금 나아졌고 오더도 조금씩 주고 있었다. 임서우는 전부 완벽하게 소화해냈고 모두의 감탄을 자아냈다. 이날 이연아가 또 먼저 그녀를 데리고 고객을 만나러 가자고 했다. “이번에 만날 고객님은 VVIP 고객이긴 한데 엄청 까다로워요. 우리도 오더를 몇 번 받긴 했지만 완전히 사로잡지는 못했어요.” 임서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최선을 다할게요.” 하지만 귀빈실 문을 연 순간 그녀의 안색이 확 돌변했다. VVIP 고객은 바로 임예지의 친구 백지민이었으니까. “이분이 바로 말로만 듣던 전설의 신예 디자이너예요?” 백지민도 임서우를 쳐다봤다. 그녀는 팔짱을 끼고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남자한테 약 타고 침대나 기어오르는 천한 년 따위가요? 제 사촌 형부도 가만두지 않는 애라고요!” 그녀는 가방을 챙기고 자리를 떠나려 했다. “내가 왜 이런 회사에 들어왔지? 신발만 더럽히게.” 그녀는 임서우의 옆을 스칠 때 걸음을 멈췄다. “서우 너 왜 그렇게 문란한 거야? 제 남편한테까지 약을 타다니. 대체 얼마나 굶었길래!” 귀빈실 문이 줄곧 열려 있어서 모두가 그녀의 말을 들었다. “사촌 형부? 임서우 씨 사촌 언니는 임 팀장님 아닌가요?” “그럼 서우 씨가 제 형부 침대에 기어올랐다고요? 에이 설마.” “서우 씨 우리 회사에 들어오게 된 것도 다 임 팀장님 덕분이잖아요. 팀장님 너무 착하신 거 아니에요?” “남편이랑 여동생이... 쯧쯧, 하여튼 요즘 젊은것들은 너무 오픈 마인드라니까.” ... 여기저기서 의논이 들끓었고 차마 귀에 담기 힘든 내용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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