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장
놀랍게도 그녀가 가장 먼저 보게 된 것은 자신의 남편이였다.
김수지는 자신이 잘못 본 줄 알고 눈을 두 번이나 비비며 확인했고, 정말 그 사람이였다.
오늘의 주인공은 김수연이고, 오늘의 파티도 그녀의 환영 파티인데, 박민혁이 무슨 일로 이곳에 온거지?
김수지는 호기심이 생겨 그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양이나는 한눈에 그녀의 의도를 알아챘고, "난 네가 가만히 있지 않을 줄 알았어!"라고 소리쳤다.
앞마당에 오지 않겠다고 약속했어도, 전혀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그녀는 김수연을 먼저 다독이고는, 화가 나 씩씩거리며 김수지를 향해 걸어왔다.
그녀의 마음속 증오를 해소하기 위해 김수지에게 뺨이라도 때려주고 싶었다!
"여기서 당장 나가!" 양이나는 그녀를 노려보며 도우미들을 불러 김수지를 끌어내려고 했다.
그녀는 뱃 속에 아기도 있으니 당연히 누가 자기를 만지는 걸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힘의 차이가 현저하고, 그녀는 박씨 집안에서 데리고 온 사람도 없으니, 박민혁에게 희망을 걸 수 밖에 없었다.
"민혁 씨!" 그녀는 큰 소리로 "나를 구해주세요! 도와주세요!"라고 외쳤다.
박민혁은 고함소리를 듣자마자 즉시 고개를 돌렸고, 물에 젖어 처량하기 그지없는 김수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김수연은 바로 그의 옆에 있었고 그의 시선을 따라 "저 사람이... 언니에요? "라고 물었다.
그렇게 말하고 나서 그녀는 김수지를 향해 걸어가려고 했다.
"가지 마!" 박민혁이 그녀를 힘껏 끌어당겼고 그 힘은 김수연을 깜짝 놀라게 했다.
"민혁 오빠...... 나 아파......"
박민혁은 얼른 손을 놓았고, "널 먼저 파티장으로 데려다줄게."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김수지가 이곳에 온 이유를 몰랐지만, 자기 눈 앞에서 절대 김수지와 김수연이 만나게 해서는 안된다.
다행히 김수연은 그의 말대로 바로 자리를 떠났다.
그러나 파티장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박민혁이 돌아서는 틈을 타 까치발을 들고 그의 얼굴에 뽀뽀를 했다.
모든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박민혁은 약간 당황하기는 했으나, 본인은 곧 김수지와 이혼할 것이고, 김수연도 그 약속을 받았기에 그런 행동을 한거라고 생각하고는 그냥 웃어 넘겼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김수연은 얼굴이 붉어졌고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람들이 떠나자마자, 초대받은 강남의 수많은 부잣집 딸들이 거의 한데 모여 "세상에! 너 지금도 박민혁이랑 사귀는거야!"라고 말했다.
박민혁은 그녀들의 대화를 들을 겨를이 없었고, 단지 발걸음을 재촉하여 김수지의 상황을 확인하러 가고 싶었다.
하지만 김수지는......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어도 방금 그 여자의 모든 행동을 다 봐버렸다.
그들은 연인처럼 다정하게 포옹하고 키스를 했다.
그리고 박민혁은 수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도 전혀 구설수에 오르면 안된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듯했다.
그 사람에게 정말 다른 여자가 생겼고, 그래서 이혼하려고 했었나?
심지어 그 여자는 자신의 여동생 김수연과도 아는 사이인가?!
그는 분명...... 그녀와 김수연 사이에 수없이 많은 말 못할 불편한 일들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이곳에 왔다......
한 순간, 김수지는 철저히 이성을 잃었고 모든 걸 팽개치고 박민혁에게로 달려가 그 여자의 얼굴을 제대로 보고 싶었다.
하지만 거리가 너무나도 멀었고, 그녀를 잡고 있는 도우미들의 힘이 너무나 세서, 그녀가 소리 내여 울며 안간 힘을 다해 김수연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으나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때 박민혁은 이미 그녀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그 여자 누구에요?" 김수지는 눈물조차 나지 않았고, 단지 가슴 곳곳에 구멍이 나 찬바람이 휙휙 드나드는 것 같았다. 그녀는 마치 절규하듯이 "내가 지금 그 여자가 누구냐고 묻잖아요!"라고 소리쳤다.
어젯밤 그렇게 다정했던 남자가 오늘은 극도로 차가워졌다. “넌 알 자격이 없어.”
"그럼 장미도 그 여자에게 준거야?!"
"내가 장미를 샀다는 걸 네가 어떻게 알아?" 박민혁은 당황한 듯 그녀를 바라보다가 휴대폰을 꺼내 조금 짜증난 듯 커플 위치 추적을 열었다. "날 미행하는 거야?"
이 세상 누구도 감히 그에게 이런 짓을 할 수는 없다!
쾅! 소리와 함께,
휴대폰이 깨져버렸다.
주변 공기는 마치 반쯤 얼어붙은 듯했고,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김수지는 이미 극도로 실망했다.
박민혁은 자신도 모르게 "내가 장미를 산 건 맞지만 그 사람에게 선물하지는 않았어. 그 사람은 장미를 좋아하지 않아."라고 설명했다.
김수지는 순간 웃어버렸다.
그녀가 그토록 기대했던 장미가 다른 사람에겐 좋아하지 않고, 원하지 않는 물건이였다니.
어젯밤 그 사람이 꽃을 들고 집에 와 사과하기만을 기다렸던 나 자신이 정말 너무나도 멍청했어...
점점 더 잿빛으로 변해가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박민혁은 다시 얇은 입술로 "이혼 보상으로 내가 200억을 더 줄게."라고 말했다.
김수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를 노려보며, "그것 외에 당신은 나한테 달리 설명하거나 할 얘기 없어요?"라고 물었다.
"아직도 만족하지 못하는거야?" 박민혁도 이미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랗고, "김수지, 사람이 욕심이 그렇게 과하면 안돼."라고 말했다.
아무리 얘기해봤자, 그는 여전히 그녀가 돈때문에 그러는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의 돈을 전혀 원하지 않았다!
"우리가 3년을 함께 살았지만, 당신이 나에게 아무리 잘해줘도 나는 결코 당신의 높이에 도달할 수 없고, 당신 마음 속에서 난 당신과 영원히 어깨를 나란히 할 자격따윈 없다는 걸 오늘에야 알게 됐네요."
그들은 항상 불평등했다.
그녀가 생각했던 것처럼 그에게 부득이한 이유가 있어서 그녀와 이혼하는 것은 더욱 아니였다.
그는 단지, 정말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을 뿐이다.
마음 속에서는 이미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으나 그녀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3년 전 김씨 집안에서, 그녀가 생각했던 그 구원은 사실 그녀 혼자만의 짝사랑에 불과했다.
김수지는 이미 비린내로 물들여진 망토를 다시 한번 감싸고는, 박민혁을 보며 얘기했다. "당신이 집에 돌아오면, 우리 이혼에 대해 자세히 얘기하죠."
이 일은 이제 더이상 미룰 필요가 없어졌다.
박민혁은 쩔뚝거리며 자리를 뜨는 김수지를 보고,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타이를 풀어헤쳤고, 눈빛은 방금 그녀를 막고 있던 사람들을 한번 훑어보고는 점점 더 어둡게 변했다.
......
그날 밤,
박민혁이 집에 도착했을 때, 김수지는 이미 이혼 합의서를 들고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펜을 쥐고 있었고 "이혼의 조건은 단 하나에요."라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700억으로도 그녀의 욕심을 채우지 못하다니.
그는 이 결혼에 대해 정말 한치의 미련도 남아있지 않았다.
박민혁은 마음 속의 불쾌함을 억누르고, 손에 들고 있던 핸드백을 그녀에게 던져버렸다.
쾅!
김수지가 고개를 숙여보니 그녀가 제일 좋아하는 죽집의 포장백이였다.
"박민혁." 그녀는 그 핸드백을 집어들지 않았고 분노에 찬 눈으로 눈 앞의 남자를 노려보았다. "도대체 날 뭐로 생각하는 거야?"
어쩌다 생각나면 달콤한 사탕 몇개 쥐어주고, 보기 싫을 땐 그 누구라도 그녀를 괴롭히게 놔뒀다.
그녀는 이렇게 오락가락하는 그의 태도를 감당할 수가 없다!
"뭐라고 생각하긴." 박민혁은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았고, "오늘 김씨 집안에선......"
"말하지 말아요!" 김수지가 하루종일 힘겹게 억눌렀던 감정과, 잘 누른 줄 알았던 분노들이 한순간 전부 그녀를 덥쳤다. 그녀는 바로 일어서서 "내가 이혼해주면 될거 아니에요? 그 돈, 집, 차, 난 다 필요 없으니까! 제발, 내 앞에서 그 여자 얘기는 하지 말아줘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듣고 싶지 않았다.
그들이 서로 얼굴을 맞대고 있던 모습은 더더욱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김수지의 얼굴에는 구슬같은 눈물이 하나 둘 맺혀 떨어지기 시작했다. "내가 멀리 떨어져 있기는 했지만, 난 당신이 그녀를 끌어안고 그녀가 당신에게 키스하는 모습을 다 봤어요...... 당신들...... 진짜 너무 파렴치해!"
분명 그녀는 그를 욕하고 있었지만, 그는 이유없이 그냥 기쁘게 느껴졌다.
"넌 그 사람 얼굴을 보지 못했지?"
김수지는 피식 웃었고 입가에는 비웃음이 가득했다. "왜요? 설마 박민혁 씨도 무서워하는게 있나요?! 설마 내가 그녀를 해코지라도 할가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