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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분명 돈에 눈이 먼 김수지가 조건을 추가해 한시라도 빨리 이혼하려는 모습이 그의 심기를 건드려 이토록 머릿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게 분명하다. 3년동안 그는 그녀에게 정말 잘해줬는데, 아무리 무슨 일이 있어도 그렇게 재빠르게 돈만 보며 달려가다니. 그녀는 정말 강한 사람일까, 아니면 양심이 없는 걸까? 박민혁은 방금 그녀가 말을 할지 말지 망설이는 모습만 생각해도 역겨운 느낌이 들었다. 이때 김수연이 마침 빗자루를 갖고 왔다. "민혁 오빠, 조심해요." 박민혁의 생각은 어쩔 수 없이 중단되었고, 김수연을 바라보는 눈빛은 다시 맑아졌다. "이리 줘." 그는 물건을 받아 묵묵히 청소를 마친 후, 다시 가스를 켜 담백한 요리를 2개 했고 김수연과 함께 밥을 먹었다. "이 백목련에 장미를 많이 섞어, 그럼 이뻐." 김수연이 접시를 치울 때 박민혁이 갑자기 이렇게 한마디 했다. 그녀는 잠시 동작을 멈췄고 낯색이 별로 좋지 않았다. "민혁 오빠, 사실은...... 난 장미를 좋아하지 않아. 오빠 잊었어?" 말하다가 그녀는 뭔가 생각난 듯 돌아서서 방금 그 장미를 박민혁의 앞에 두고는 "이건 언니가 좋아하는 꽃이죠? 우리가 비록 본 적은 없지만 언니가 처음 김씨 집안에 왔을 때 내가 몰래 알아봤거든요......"라고 말했다. 그건 3년 전의 일이였다. 박민혁은 김수연이 "몰래"라는 단어를 말하자, 가슴이 바늘에 찔린 듯 아파왔다. "3년 전 일은 내가 미안해." 그는 김수지와 결혼하지 말았어야 했고, 김수연을 그렇게 빨리 포기하지도 말았어야 했다. 그때 계속 찾았어야 하는데...... 김수연은 마치 당장이라도 울 듯이 손가락을 박민혁의 입술에 대고는 "민혁 오빠, 그렇게 말하지 말아요. 다 내가 원해서 한거에요."라고 말했다. "수연아." 박민혁은 한숨을 내쉬고는 "내 앞에선 그렇게 착하지 않아도 돼."라고 말했다. 그 한마디에 김수연은 완전히 무너졌고 눈물은 마치 줄이 끊긴 것마냥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지난 3년 동안 겪었던 모든 서러움을 전부 깨끗이 울어버리려는 것 같았다. "장미꽃......" 박민혁은 손을 내밀어 천천히 그녀의 어깨를 끌어안았고 "다시는 사지 않을게."라고 말했다. 그는 그의 어깨에 기대어 슬프게 우는 김수연이 이미 가볍게 웃고 있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얼굴조차 본 적 없는 언니와의 대결에서, 김수연은 3년 전 위암으로 김씨 집안 전체의 연민을 받았고, 김수지에게 속했어야 할 어머니의 사랑을 전부 빼앗았으며, 지금 3년 뒤, 그녀는 눈물 몇방울로 김수지의 남편도 빼앗았다. 김수지가 날 상대할 자격이 있기나 해? 김수연은 점차 웃음을 거두고 두 손을 들어 눈물을 닦는 시늉을 했다. 그리고는 배려심이 깊은 척하며 "시간이 너무 늦었어요. 민혁 오빠, 난 이제 쉬어야 해요. 언제 집에 갈거에요?"라고 물었다. 그녀는 여전히 기억 속의 그 어린 소녀처럼 너무 깨끗하고 순수했다. 박민혁은 집에 가라고 하는 그녀의 말을 듣고는 자기도 모르게 기분이 더 좋아졌다. "지금 갈거야." 김수연 얼굴에 있던 웃음기가 선명하게 사라졌다. 그녀는...... 박민혁이 남아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 이 한시가 급한 것은 아니다. 지금 제일 중요한 건 그동안 잃어버린 3년을 천천히 되찾아 오는 것이다. 다른 건 다 급하지 않았다. 문가에 도착했을 때, 박민혁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수연아, 언제 김씨 집안으로 돌아갈거야?"라고 물었다. 그녀는 귀국한 후 아직 그 곳에 간 적이 없는 듯하다. 김수연은 살짝 멈칫했고 채 닦이지 않은 눈가의 눈물이 가여운 느낌을 연출해줬다. "난...... 난 아직 준비가 안됐어요." 아무래도 그녀는 김씨 집안에서 입양한 딸이니, 아무리 김수지와 닮았다고 해도 진짜 김씨 집안의 딸은 아니였다. 박민혁은 그녀의 불안함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내일 내가 너랑 같이 갈게." 그는 그녀가 그곳의 모든 것을 그리워할가 걱정이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김수연은 바로 환하게 웃으며 "민혁 오빠 고마워요!"라고 말했다. 그러다가 그녀는 잠시 멈칫했다. "근데 엄마가 나한테 물어보면 우리 사이를 어떻게 설명해...... 아무래도 지금 민혁 오빠는 언니와......" "수연아." 박민혁은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얘기했다. "내가 연회에서 이미 얘기했잖아. 너에게 답을 주겠다고. 나와 김수지는...... 곧 이혼할거야." ...... 산언덕 빌라. 박민혁은 나간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이 임신했다는 걸 알게 된 김수지는 모든 일에 조심조심했고, 심지어 샤워하는 시간마저 길어졌다. 그래서 그녀가 욕실에서 나왔을 때, 박민혁은 이미 아래 층에 도착했다. 그녀는 기척을 듣고 눈가에는 행복감으로 가득했다. 그녀의 생각대로 그는 정말로 돌아왔다. 김수지는 바로 수건을 꺼내 머리를 닦았으나 바닥에 있는 물을 깨끗이 닦지 않은 관계로 감히 빨리 움직일 수가 없었다. 지금은 천천히 타월을 감싸고 캐비닛에 가서 헤어 드라이기를 꺼내는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머리에 수건을 두른 채로 한편으로 배를 만지며 자칫 부주의로 아기가 다칠가봐 아주 조심스럽게 캐비닛 쪽으로 움직였다. "두려워하지 마, 두려워하지 마." 비록 몇 걸음밖에 되지 않았지만, 엄마가 되고 나니 신발 바닥에 있는 물흔적때문에 그 짧은 거리도 길게 느껴졌다. 그리고 김수연의 그 사진은 그녀에게서 한 모퉁이의 거리밖에 남지 않았다. 김수지는 그런 것들을 전혀 알지 못했고 마음이 잔잔하게 흥분되기 시작했다. 그녀는 빨리 정리하고 나가, 박민혁이 들어오면 그에게 달콤한 키스를 해주고 싶었다. 그녀는 그에게 설사 그가 충동적으로 자신에게 상처를 주었다고 해도 괜찮다고, 두 사람이 잘 지내기만 하면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거라고, 그녀는 아이와 함께 언제라도 그가 집에 돌아오기를 기다릴거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 사진에 점점 가까워졌다. 그리고 박민혁도 침실 문에 거의 다다랐다. 펑! 문이 열렸고, 김수지는 문 여는 소리가 여전히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는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졌다. 당황하며 두발 걷다가 다시 발을 거뒀다. 이때 그 사진이 그녀의 슬리퍼에 꼭 붙어 있었다. 위에는 물이 묻어있었고, 그녀가 발을 든 폭도 작아 쉽게 떨어지지는 않았다. 박민혁이 이미 들어왔다. “이 시간에 왜 샤워를 해?” 남자는 낯색이 별로 좋지 않았으나 여전히 그녀를 향해 걸어왔다. 그의 손에는 장미가 들려있지 않았고, 입구 캐비닛에도 꽃의 흔적은 없었다. 김수지는 실망한 듯 그를 바라보았고, 그가 꽃을 사서 어디로 갔는지, 누구에게 선물했는지 묻고 싶었다. 하지만 입 밖으로 내뱉으려는 순간, 그의 단호하고 차가웠던 그 말이 생각났다."김수지, 우리 이혼하자." 그녀는 더 이상 물어볼 입장이 아니었다. 관두자. 그녀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머리 위의 수건을 더욱 꽉 쥐었다. 손톱이 이내 청백색으로 변했고, 마음 속에는 연회와 이혼에 대한 의문이 또다시 떠올랐다. 그러나 박민혁은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며, 여전히 김수지에게로 다가왔다. 그 익숙한 걱정스런 눈빛은 한 순간 김수지에게 오늘 있었던 모든 일들은 꿈이라는 착각마저 들게 했다. 하지만 그가 한 말은 또다시 그녀를 현실로 끌어당겼다. “변호사와 대화는 잘 끝냈어?” "아직......" "냅둬." 박민혁은 뭔가 짜증나는 일이 있는 듯 그녀의 말을 끊었고, 그의 아름다운 눈썹은 계속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평소에는 따뜻함을 느끼게 해주던 이쁜 눈마저도 차갑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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