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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4장

올해 가을은 비가 특히 많이 내렸다. 김수지가 사무실 창밖을 보니 가을비가 소복소복 내리고 있었다. 크지 않은 비였지만 도시 전체가 검은 천으로 덮여 있는 듯 어둡게 보였다. 길 위에는 계속해서 보행자들이 나타났지만, 모두 서둘러 걷고 있었다. 우산을 쥔 사람들은 작은 개미처럼 빠르게 걸어갔다. 김수지는 지현이 생각났다. 아직 남은 빚이 있어 갚으려던 참에 지현은 비 오는 날에 우산을 한 번 가져와 달라고 요청했다. 아무래도 빚은 오래 미루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김수지는 거의 완성돼 가는 옷을 보고 우산을 들고 비속으로 들어갔다. 엔젤병원에 도착했을 때, 딱 식사 시간이었다. 많은 의사와 간호사들이 식당을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김수지는 지현의 말이 떠올라 비에 젖을까 봐 빠른 걸음으로 지현이 있는 진료실로 향했다. 그녀는 오늘 하얀 레이스 장식의 드레스를 입고 어두운 날씨에서 걷고 있는데, 마치 흰 꽃처럼 보여서 어떤 각도에서 보더라도 연약하고 매혹적인 아름다움이 섞여 있었다. 멀리서, 지현은 김수지를 보았다. "지현 선생." 다른 동료 의사가 곁을 지나가며 물었다. "밥 먹으러 갈래요?" 그리고 지현 손에 든 체크무늬 우산을 보고 계속 물었다. "우산을 깜빡했는데 같이 써도 되죠." "그럼요." 지현은 그 선생보다 급했다. 직접 우산을 상대방에게 주며 말했다. "그냥 줄게요." 동료 의사는 깊은 감동을 받아 멍때렸다. "다들 지현 선생이 차갑고 부드러워 보이지만 거리감을 느낀다고 하던데 사실 이 병원에 지현 선생처럼 따뜻한 사람이 없는걸요." 그 시각, 김수지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사실 우산이 있다는 것을 그녀에게 들킬까 봐 지현이 재촉했다. "빨리 가요. 이 우산은 작아서 같이 쓰면 다 젖어요." 이 말을 듣자 동료 의사는 더 감동받았다. "그럼 더 받을 수 없어요." 그러면서 다시 우산을 지현에게 돌려주었다. 지현은 이 우산을 상대방 입에 넣고 싶었다. "가져가라면 그냥 들고 가요." 그의 얼굴은 차갑게 어두워져 있었고 평소의 다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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