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0장
박민혁이 올 때는 온몸에 물건이 가득했지만 갈 때는 한결 가벼웠다.
진영은 그의 미소를 보고 오늘 일이 잘 됐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대표님, 우리의 계획대로 하신 거예요?"
박민혁은 머리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
"그런데 왜 이렇게 기뻐하세요?"
"희망이 생겼어." 박민혁은 긴 다리를 겹쳐 뒷좌석에 앉았다. 우아한 동작에는 형용할 수 없는 편안함이 들어가 있었다. "우리의 계획은 나중에 천천히 진행해도 돼."
김수지한테 다시 고백하는 일은 급해서는 안 됐다.
하지만 그러면서 박민혁은 또 자랑스럽게 웃었다. "넌 모를 거야. 오늘 수지가 얼마나 다정하고 귀여운지."
진영은 그 모습을 보고 감탄했다.
이게 진짜 카리스마 넘치는 대표님인가? 분명... 사탕을 얻어 자랑하는 아이 같았다.
진영은 진심으로 기뻐하며, 심지어 차 안에서 결혼 진행 곡을 틀기까지 했다.
평소라면, 박민혁은 분명히 네 글자 내뱉었을 것이다. "시끄러워!"
하지만 오늘 그는 이 곡에서 독특한 맛을 느끼게 되었고, 심지어 그의 기분을 완벽하게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더 크게 틀어봐."
박민혁은 얇은 입술을 움직이며 검은 눈동자에는 웃음기가 역력했다.
진영은 백미러로 자기 집 대표를 바라보고 음량을 몇 데시벨 높였다.
차는 안정적으로 작업실을 떠나서 천천히 박씨 가문 별장으로 향했다.
김수지는 작업실에서 일을 끝낸 후에는 이미 밤이 깊었다. 피곤은 좀 있었지만, 다행히도 어느 정도 성과를 얻었다.
그녀는 뻐근해진 몸을 펴고, 박민혁이 준 옷을 들고 아래층으로 천천히 내려갔다.
거리는 처량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밖은 불빛이 밝게 비추고 있었다.
그렇지만...
길거리에는 한 사람도 없었다.
이 조명들만이 달빛과 어둠이 서로 밀어내며 긴 그림자를 끌어내어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마치 누군가가 그녀를 위해 켜준 빛처럼.
김수지는 안심하고 길에 나와 택시를 기다렸다.
차가 곧 도착하려 했다.
날씨가 조금 추워져서 그녀는 자연스레 옷을 꼼꼼히 두르고 발을 탁탁 거려댔다. 우연히 머리를 들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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