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장
빨갛게 상기된 그의 눈을 쳐다보던 김수지가 갑자기 입을 가리고 웃기 시작했다. 그녀는 눈 속에서 맴도는 눈물을 감추며 가슴을 짓누르던 억울함이 좀 풀리고 나서야 말을 계속했다. "아니면 지금 계속 나를 욕하든가, 뻔뻔하고 악랄하다고 말이에요. 아니면 내가 서명한 그 이혼 합의서를 꺼내서 그냥 갈라서든가."
그녀는 그토록 단호했다.
눈에는 더 이상 아련함과 아픔이 없다.
박민혁은 살짝 불안해졌다. 마치 그와 김수지 사이에 갑자기 두꺼운 장벽이라도 생겨서 손을 뻗으면 항상 닿을 수 있던 사람이 갑자기 닿을 수 없어진 것처럼.
도깨비에 홀린 것처럼 그녀의 손을 잡은 그가 갑자기 이런 말을 내뱉었다. "나한테 들킨 것 같아서, 나를 화나게 만든 뒤에 지현과 살림이라도 차리려고 생각한 거야?"
김수지, 꿈도 꾸지 마!
그는 꼬리 밟힌 늑대처럼 모든 것이 혼란스럽게 느껴져 화가 잔뜩 났다.
사실 지금 이 상황에서 통쾌하게 이혼하는 것이 이익 극대화임을 박민혁도 잘 알고 있다.
그러면 김수연도 좋아할 것이고 박민혁 또한 기회를 틈타 츠지그룹으로부터 한몫 챙길 수 있다, 그들이 방금 삼켜버린 그 땅을 뱉어내게끔 말이다!
하지만 그는 일부러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는 심지어 김수지와 지현이 만난 시간을 확인할 용기조차 없었다.
김수연과 똑같은 얼굴을 가진 여자가 자신을 배신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용납할 수 없었으니까!
"진영아!" 그때, 그가 갑자기 진영에게 차를 멈추라고 했다. "문 열고 이 여자 꺼지라고 해!"
그는 더 이상 그녀의 얼굴을 보면서 그녀와 다른 사내 사이의 음란한 짓거리를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 말을 들은 진영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여긴......"
별장까지는 아직 17킬로미터나 남아 있었다......
여기서부터 걸어서 간다면 신발 밑창이 닳을 수도 있다.
사모님의 체력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상관없어요." 진영의 난처함을 알아차린 김수지가 스스로 차에서 내렸다. "마침 나도 이 사람이랑 같이 타고 싶지 않았거든요."
굳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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