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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장

음식 맛도 괜찮았고 씹기 좋아 할머니가 드시기에도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김수지는 방금 안소희와 인사를 하고 식당을 나서자마자 어두운 얼굴의 박민혁을 보게 되었다. "금방 유산까지 한 여자가 한가하게 밥 먹으러 나올 여유가 있어?" 얇은 가을용 원피스를 입은 김수지를 보니 박민혁은 살짝 화가 났다. '이 여자는 왜 항상 옷을 한 벌 더 껴입을 줄 모르는 건지.' 하지만 김수지는 그의 뜻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많이 놀랐다. 머릿속에는 박민혁이 자신을 안고 강제로 수술실 침대 위로 데리고 가는 장면밖에 없었다. 머리 위의 불이 켜진 그 순간을 그녀는 잊을 수 없었다. 변우빈과 단둘이 남기 전, 그녀가 얼마나 절망스러웠는지 그 누구도 모를 것이다. 김수지는 심지어 아이가 정말 사라져 버린다면 자신도 살아갈 의미가 없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마저 했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박민혁이 수술실에서 나갔고 김수지는 변우빈에게 무릎 꿇고 빌 기회를 얻었다. 그녀는 울며 자신을 도와달라고, 제발 이 아이를 살려달라고 간절히 빌었다. 결국 변우빈은 김수지의 부탁을 들어줬다. 두 사람은 그렇게 가짜 수술을 하는 연기를 하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이 밖으로 나와 밥을 먹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일을 그르치게 되는 걸까? 자신의 행동이 방금 낙태 수술을 한 여자 같지 않아서? 그렇다면 박민혁은 또다시 강제적으로 그녀와 그녀의 아이를 해치려고 할까? 이 아이는 두 사람의 아이였다. 하지만 김수지는 말 못 할 사정이 있었다. 박민혁이 진실을 알게되면 더욱 잔인해 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장면을 생각하니 김수지는 박민혁이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 "배가 조금 고파서요..." 김수지가 포장된 음식 봉투를 꼭 쥐며 말했다. "배고프다고?" 박민혁이 조금 붉어진 눈으로 물었다. 그는 할 수만 있다면 이 말을 뱉어낸 김수지를 찢어 갈기고 싶었다. "할머니가 방금 너 때문에..." 박민혁은 결국 말을 잇지 못했다. 할머니는 그에게 너무너무 중요한 사람이었다. 심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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